#1. 알바는 됐고, 한동안 집안일에 힘써야겠다. 며칠 전에 알바에서 잘렸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지만 어머니는 반복되는 내 실패가 힘드셨는지 그냥 죽으라고 폭언을 하셨다. 아니면 본인이 그냥 가시겠다고. 덕분에 나는 며칠동안 아파트에 올라오기 전에 혹시 화단에 어머니 시신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곤 했다. 물론 그게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어머니 본인도 늘 있었던 그런 헤프닝으로만 받아들이신 듯 그 이후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계신다. 다만 나는 이틀 정도 밥을 전혀 먹지 못했고, 이삼일 정도 어떤 감정의 변동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고 나니 어머니로부터 내 마음의 거리가 꽤 멀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평안했다. 오히려 생활은 더 잘 되고, 감정이나 욕망의 통제도 평소보다 쉽다. 화해...를 하기에는 나는 아무 화도 내지 않았다. 소리도 지르질 않았다. 뭔가의 매듭을 짓기에는 내 감정은 너무 무미건조해져서 그냥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다. 오늘 병원에 갔는데 선생님이 그런 감정적 독립 상태가 나쁘진 않다고 하셨다. 다만 지금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두고 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며칠 감정의 추이를 살펴볼 생각이다. 그리고 한동안은 알바보다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집안 환경에 신경쓰는 게 부모님에게나 나에게나 낫겠다고 생각한다. #2. 벌써 8월 26일이다. 6월 15일에 저지른 마킹 미스(한과목 마킹을 아예 못한 것) 이후로, 나는 공장 알바를 하거나 목욕탕 알바를 하거나 호텔 알바를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공부도 하고 있지만, 거기에 전적으로 시간을 쏟고 있지는 않다. 아마도 조금 지친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지쳐있을 생각인가... 싶지만, 수험생은 원래 그렇다. 쉬어도 쉰 기분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전적으로 달려 봐야겠지. ... 최근에 계속 새벽 5시부터 공부해놓고 왜 공부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 단락 전체가 강박인지도. #3. 학원에 다녀볼까 생각을 한다. 비싸니까 생각만 말이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 봐야겠다. 실력은 없지 않지만 체계적으로 계획을 지켜서 공부하는 건 영 안 되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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