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성비가 안 좋은 사람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으니 신경쓰지 말자. 그냥 가성비가 안 좋은 다른 누군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나 자신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차 한 대 못 사겠다고 정말 죽을듯이 슬퍼하는 친구의 모습이 낯설고 이상했는데(애초에 차라는 걸 많이 싫어해서) 남들 기준의 가성비를 못 맞추고 슬퍼하는 나도 한 뼘만 떨어져서 보면 똑같다. 애초에 살아오면서 효율성을 신경쓴 적이 없는데 뭘 이제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너무 우울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즐거움의 원천이다. 뭔가 기분이 뒤숭숭할 때 뛰고 나면 모세혈관 끝까지 삶의 예찬이 흐른다. 다른 운동은 하지도 않고 달리기만 3킬로 한다. 20분밖에 안 하지만 대신 아침저녁 두 번 와도 된다고 카운터 형한테 허락을 받았다.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운동하고 샤워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약은 끊었다. 잠깐의 가성비와 긴 공백보다는 비효율의 연속이 낫다. 지금은. 커피를 줄이고 잠을 잘 자면 공부도 잘 된다.
옆자리에 종종 앉는 여학생이 오후 1시쯤 도착해서는 한숨을 푹 쉬는데 자괴감이 묻어났다. 지금 시작해도 열 시간은 할 수 있으니까 괜찮은데. 하고 생각했다가 오늘은 두 시에 내가 도착해서 한숨을 쉬려다가 아 뭐 괜찮아 하고 생각한다.
열심히 대충대충 하도록 하자. 알바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또 오는데 이상한 짓 말고 집안일이나 잘 하도록 하자. 뛰고 와야겠다.
남에게도 관대할 수 있다면 이런 방식도 무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