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 돈, 인지자원은 항상 부족하다. 3일동안 매일 4시간 과외를 해주고 35만원을 받았다. 10시간동안 서 있어야 했던 알바들에 비하면 꿀알바임에 틀림이 없어서 승낙을 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동시간이나 중간쉬는시간등을 포함하면 하루에 최소 6시간은 돈을 버는데 할애해야했다. 쉬지않고 설명하느라 목이 아팠다. 모든 상황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기마련인데 요즘은 부정적인 쪽부터 다가온다.
1-1. 여유자금이 생겼으니 한달간은 여유있게 지낼수있지 않을까 했는데 4일동안 11만원을 썼다. 끼니를 다 외식으로 해결하고, 커피도 사마셨고, 성당에 갈때 택시를 탔고, 사람들과 치맥을 하기도 했고, 오빠를 위해 5캔 11000원인 캔맥도 샀다. 오랜만에 정신과에 다녀왔더니 약값으로 36000원이 나왔다. 친구들이랑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데에 생각보다 돈이 너무 많이든다. 며칠전 ㅇㅇ가 영화표가 생겼다며 ㅇㅇ감독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는데 '영화보기전에 ㅇㅇ 밥사주면 최소 2만원은 써야겠구나'는 생각부터 들었다. 왜이렇게 구차하고 쪼잔해졌나. 아니 이런게 구차한게 맞나? 원래 다들 이렇게 살아왔는데 나만 이제서야 자각한건가
1-2. 과외를 마치고 학생아버지가 집까지 태워주셨는데 이분은 ㅇ에서 인사부장을 하고계시단다. 실질적인 조언을 여럿 해주시며 내가 준비가 되면 도움을 주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아직 절실하지가 않으신가보네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맞는말이었다. 내가 사는게 편하고 여유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뭘 해볼만한 자신도없고 목표도 없고 주변상황도 어지럽기만했다.
2. 이런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서는 단순한 체계를 세우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거운 가방을 멘 채로 인간들로 가득차있는 열차를 타고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받는다. 그 속에서 공부하는건 불가능하다. 화목금은 등교를 오빠차를 타고 하고, 월수는 아침에 스터디카페를 갔다가 오후수업을 마치고 밤까지 공부를 하다 귀가하는게 좋겠다. 달리기에는 제약이 많다. 달릴 수 있는 때에는 달리되 그렇지 못한 때에는 코어위주의 근력운동+실내자전거 20분으로 체력을 유지해야겠다. 피곤하더라도 체계 안에서 살아야지. 감정적인 장애물은 생각보다 일시적이다. 2주동안은 수업시간을 제외하고는 집근처 스터디카페에서 시간을 보낼것이다. 남은 2주는 시험기간이니 아마도 학교근처에 살면서 공부를 마무리해야지.
3. 하고싶은게 생겼다. 어렴풋하게나마 어떤 길을 가야할지 윤곽이 보인다. 만족스러운 연애를 얻고나니 결핍에서 오던 욕구들은 서서히 가라앉고 현실적인 욕심이 생긴다. 능력을 길러서 내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싶다. 커리어를 쌓고 돈을 많이 벌고싶다. 아주 먼 길을 돌아온 것 같다. 학창시절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평가받는 시스템 안에서 나는 대개 우위를 차지했다. 내가 이기는 경쟁은 재미있었다. 체계 안에서 내가 가진 자원을 잘 활용해봐야지. 경쟁에서 이겨야지. 져도 떳떳하게 져야지. 피하지 않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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