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 3일이 되는 날이다. 연속으로 6시간을 넘겨 잠을 잘 자고 있어서 그런지 오후에도 활력이 넘쳤다. 여태껏 이렇게 오랜 시간 집중하면서 무언가를 한 적이 며칠이나 되었을까? 내가 생각한 대로 몸과 정신을 쓸 수 있어서 정말 기쁜 날이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시간을 알뜰하게 썼다(오후 7시 이후부터는 아니지만). 아직 설거지와 청소기 돌리기, 책상 정리가 남았다. 그리고 내가 계획한 일의 진도도 상당히 밀려 있다. 잘 풀리지 않던 일의 원인을 찾고 해결해냈다는 것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이렇게 상태가 좋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활력은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 외에도 내가 생각지도 못한 좋은 현상을 경험한 것이 있다. 바로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 나는 나의 단점을 최대한 감추고 싶어 늘 움츠렸고 남들이 나를 나쁘게 볼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점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활기차게 했고 자연스레 느껴지는 감정을 온전히 느꼈다. 일례로 도서관 수위 중 한 명이 학생들을 하대하듯이 반말 툭툭 뱉는다. 평소라면 체면 때문에 구김살 없이 웃으면서 대했겠지만, 오늘은 그의 태도에 걸맞게 아니꼽게 행동했다. 조곤조곤 따지더라도 잘못을 수긍할 사람은 아니었기에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냉담한 나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짬짬이 시간을 내어 독서를 하는 내게 비아냥을 보내는 동기들에게도 크게 휘둘리지 않았고(꼭 그런 사람들은 독서가 인생에 보탬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효용론적인 사고로만 접근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꿀 만한 ‘지적 밑천’이 없다),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도 않고서 안 된다고 낙담하는 주변 사람들의 궤변에 지쳐 ‘싸구려 연민’ 정도 던져주고 대화를 끊었다.
차라리 줏대 없이 흔들리는 자신에게 실망했었다면 비록 재수 없어 보이지만, 냉담한 채로 두는 것이 한결 더 편하고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