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어떤 분이 약 먹은 후기 써달라고 하신 게 기억나서 블로그에 남겨봅니다. (귀찮으신 분들은 요약만 보세요.)
약은 4가지를 먹었다. 인데놀, 웰부트린, 페니드 5mg, 정체불명 하나. 하루에 두 봉, 아침에 하나, 오후에 하나. 대략 한번에 4시간정도 약효가 지속된다.
1~3일 차 -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고양감도 상당했고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아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친구가 이상하게 쳐다봤다) 내 자신이 완벽히 컨트롤 되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건들지도 못하던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을 몇 시간이나 앉아서 볼 수 있었다. 상당히 극적인 경험이었다. 사물이 또렷하게 보여서 시력이 좋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배가 고프지 않은 부작용이 두드러졌다. 입맛이 없어서 그다지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4~5일 차 - 비타민 b 복합체가 도움이 된다고 해서 먹기 시작했는데 이틀 동안 약 기운을 단 1도 느낄 수 없었다. 너무 무기력해서 책이고 글이고 책이고 아무것도 손 대지 못했다.
6~8일 차 - 비타민 b를 먹지않자 약효가 느껴졌다. 비타민b와 상관관계를 알아보고자 이것저것 실험하고 싶었지만 하루를 통으로 날리는 게 싫어서 그만두었다. 약 복용 전부터 꾸준히 먹고 있는 오메가3는 크게 악영향이 없다. 입맛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부작용은 딱히 없었던 듯. 고양감이 사라지니 가슴 두근거림도 사라졌다. 약효는 처음만 못했지만 만족할 정도는 되었다. 처음에 70%정도?
9일 차 - 갑자기 외박을 하게 되서 약을 2회분 못 먹었는데 낙차가 장난이 아니었다. 기분이나 컨디션 주의력 모두. 영 좋지 않았다.
10~12일 차 - 불면 증세가 조금 있었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생활패턴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와 맞물려서 발생한 듯. 원래 새벽 4시쯤 잤는데 12시부터 누웠으니 잠이 안 올 수 밖에. 간신히 잠들어도 2시간 간격으로 깼다. 잠을 못 자니 약효가 반감되는 느낌. 확실히 컨디션에 따라 체감하는 약효에 차이가 존재했다. 약이 작용하는 8시간 동안은 시간이 아까워서 딴짓을 거의 안 하게 됐다.
13~14일 차 - 허기는 느껴지고 입맛은 여전히 없다. 군것질은 하는데 밥맛이 없다. 안구 건조 때문에 죽을 것 같았다. 부작용이라는 거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 눈이 피곤하니 컨디션이 뚝뚝 떨어진다. 눈의 피로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지러움도 심해졌다. 원래도 약간 있었지만 더. 약 타러 가면서 리포직도 샀는데 효과가 잠깐 뿐이다. 30분 정도 지나면 뻑뻑하고 1시간부터는 시리다. 안구의 사막화;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잡생각이나 딴 짓을 아주 빠르고 부담 없이 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할 일을 미루는 것도 개선되고. 원래 책상에 앉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거나 앉지도 못했다. 막상 책상에 앉아도 딴짓 2시간에 독서 30분 정도의 비율이었고 글 쓰는 건 너무 스트레스라 머리에서 맴돌 뿐 쓰지는 못했다. 약 먹은 후로 오전에 3시간 정도 책보고 인강을 듣는다. 오후 4시간은 내내 글을 쓴다. 버리는 시간은 많아야 30분 정도?
바꾸고자 한 부분(학업, 게임 줄이기)은 극적인 변화가 있던 것에 반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정리, 부주의)은 약 먹기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의사쌤이 말한 것처럼 약을 먹는다고 의지가 솟아나는 건 아니라서 본인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요약
내적갈등 없이 하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 할 수 있게 되었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 같은 약이라도 차이가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만족한다. 다음에 증량을 해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