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부사항이 자세해진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싶으니까 넓게 펼쳐가며 공부하면 암기의 깊이가 낮아져 쉽게 교란된다, 처음에는 친영차별이 없다는 걸 강조하던 사료가 적서차별은 있었다는 걸 함정으로 파고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 항목이 처음엔 고조선, 고구려에서 나오다 동예에서 고개를 내민다. 김종직은 성종 대 문인으로 나오다가 세조 때 과거 친 게 나오고, 이이의 파주서원 이황의 도산서원에서 김종직의 예안향약이 고개를 내밀며 함정을 판다. 처음에는 어떤 역사서 저술에 참가했는지 묻다가 나중에는 어디에는 참가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서거정 동국통감 노사신 동국여지승람을 외웠는데 김종직이 국조오례의 저술에 참가했게 안했게? 정답은 안했어~ 동국여지승람에는 참여했어~ 다 같은 왕 사이에서 저러는데 저런 게 한두개가 아니다.
2. 이런 시험은 주의력이 낮은 게 너무 치명적이다. 내가 작업기억력은 없어도 암기력은 높은데 주의력을 툭 치니까 우수수 옆구리가 터진다. 친영제도건 적서제도건 뉘앙스는 은근해서 눈 뜨고도 글자 달리 읽는 나에게는 쥐약이다. 수능은 보기항의 함정도 이것보단 적었고, 미묘도도 이것보단 덜했고... 무엇보다 지문 수가 많아서 많이 실수해도 100~89선이었다. 공시는 시험 한 문제가 5점이라 저런 데서 실수하면 100~75. 시험장에서 한 문제 30초에 넘기려면 보이던 것도 안 보이고... 그런 주제에 나온 적 없는 모르는 지문 던져놓고 추론하게 만든다. 추론이 되는 경우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지문인 경우도 있다.
강사가 "이건 암기 문제가 아니에요. 눈 뜨고 잘 보기만 하면 됩니다." 하고 말했는데 이가 악물렸다, 순서를 맞히리는 지문에서 ㄱ 1964 ㄴ 1972 ㄷ 1977 ㄹ1973 적어놓고 ㄱㄷㄴㄹ 쓰는 고통이 정말 오진탑비명(최언위)
3. 이런 시험에서 어떻게 2년 해서 합격선까지 올렸는데 마킹 다 안해서 떨어진 내가 레전드. 다음에 티오가 얼마나 날 지도 모르고 어떤 지문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솔직히 이거 운빨 쩔어주는데 시험이, 이래도 되나 싶고... 어제부터 문제를 푸는데 100 85 75 80 90 90 3년차가 이러는데 이대로 따라오면 합격한다는 식의 수기가 초시생들을 현혹하고...
그들 중 일부는 왜 나만 안되지 왜 나는 이딴 실수를 하지 왜 왜 하다가 스스로가 ADHD임을 자의적 판단하고 실제로도 그렇거나 안 그렇거나. 그러나 다들 우울증을 안고서 약 하나 먹고 또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안 시달리거나. 심지어 일부는 알바를 병행하고...
4. 그럼에도 다관왕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능력자들이 수두룩한 판이라 그냥 노력이 부족한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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