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posts

명예의전당



글보기
어린시절부터 내가 ADHD를 의심하고 처음 진료를 보기까지__1
Level 2   조회수 275
2019-10-10 02:30:34

이야기를 너무나도 하고싶은데. 

애정과 공감을 바라고 터놓았던 것들에 내가 재단 당하고 결국은 나를 공격하는 비수가 되버린 경험들이 떠올라 
도저히 어디에 터놓고 이야기 할 용기가 없어 글을 써요.

어떤 글이든 너무나도 길고 장황하게 쓰는 버릇에 부끄럽지만 도저히 다듬어지지 않네요..ㅋㅋ


가정사를 말하자면 부모님의 사이는 대체로 좋지않았고, 나는 맏이로 그  싸움을 가장 가까이서 또렷하게 볼 수 밖에 없었다.

어린시절 기억이 잘 없는데 아직도 유치원생때 기억 중 가장 강렬한 기억은 

이른 새벽 엄마와 아파트 계단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다 결국 그냥 들어왔던 것이다.

아빠는 사업 수완이 좋아서 꽤나 많은 돈을 벌었지만 생활비 마저도 일정치 않았게 주었고 술을 즐기며 가정에 무관심 했다.
에어컨 위의 큰 곰인형이 아빠라고 생각하기로 했었다. 


엄마는 가정주부로 그 와중에 참 열정적으로 우리를 교육햇고 늘 좋은걸 해주기 위해 노력해줬다.
세명의 자녀를 키우며 참으로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 같다.
난 부족함 없이 자랐으나 한편으로는 정말 많이 부족했던것같다.
늘 나름 이유가 있는 행동 때문에 혼이 나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만 길어지고 결과는 똑같거나 더 혼이났다.나만 더 힘들다.


어린시절부터 쭉 늘 무언가를 피해 달아나고, 살아남기위해 준비하는 그런 꿈을 꿨다.

커다랗고 까끌 까끌한 검은 공이 나를 집어삼키는 꿈은 내가 언젠지 기억하기도 전부터 꾸준히 꿧다.
 

나는 어린시절 차분한 성격에 책읽기를 좋아했었다.

한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일을 까맣게 잊었고 언제나 꼼지락 거리고 하품하고 또 건망증이 심했다.
사소한것 까지 기억하다가도 흔한 사물의 명칭 친구의 이름도 가끔 까마득하다.

또 친구의 말을 자꾸 되물어 이상한 취급을 받다가 나중엔 그냥 끄덕거리기로 했다.


간이로 한 아이큐 검사이지만 반에서 제일 높게 나왔고 초등학교땐 학업 성적도 정말 우수한 학생 이였지만
자라면 자랄수록 엄청난 노력과 돈을 쏟아 붓고도 점점 성적은 떨어졌다.
계속해오던 미술 전공으로 진학 했는데 대학교가서는 도무지 중간도 유지 할 수 없었다.
전공은 거의 A의 성적을 유지하였지만 

실기 과제물은 남들보다 두세배는 긴 시간동안 열정을 쏟아부어도 마감시간에 벼락치기를 하게됐고 결과물은 늘 조금씩 아쉬웠다
교양은 결석과 지각들로 F를 겨우 면할 정도였다.

 

졸업 한 뒤로는 이력서를 넣는 것 자체부터 왠지 두려웠고 그 와중에 합격한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을 한다는 핑계로 당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취업 자체를 잊고 조금씩 알바를 하다 우연히 작게 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솔직히 거만하고 우습게 들리겠지만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내가 노력을 덜하고 건망증이 있어서 그렇지 똑똑하고 잘난 인간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나에게 실망이 커졌다.

할 일 목록을 하나부터 열까지 쭉 정리하고 가는 길에 몇 번을 되뇌고 체크하다가도 꼭!!! 하나쯤은 빼놓거나, 어딘가에 소지품을 놓고 오거나 했다.

미루는 버릇까지 있는데 거기에 실수가 반복되니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심지어 고객과의 약속도 종종 잊었으며 고객을 
직접 마주하며 그 이유를 꾸며내면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그렇게 점점 가라앉던 중 출근하다 버스에 앉아서 펑펑 울고 있는 내 모습에 당황했다.
 

누군가 사업을 하려면 적어도 한사람이 최소 4명의 몫은 해야 한다던데.
나는 사실 제대로 된 한사람의 몫을 해내기도 힘에 부쳤다.
넘치는 인복인지 주변에서 내 성공을 응원하며 발벗고 도와주는 사람도 여럿 있었고

운좋게도 좋은 큰 기회들이 많이 왔지만 나는 그 기회를 반의 반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분명 일 중 일부는 재밌고 즐거운데 즐겁기만 하기에는 내가 너무 모자랐다.


29살이 된 나는 정말 너무나도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만 같았다.

내 나름대로의 적당한 노력은 하며 살았던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되돌릴 수도 없이 제자리에서 허우적대며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마른 체형 이였으나 점점 체중이 불고 어느새 추하게 변해버렸고, 화려한 옷을 좋아했는데 자각하기 전까지 검은 옷만 입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나에게 온갖 폭언과 외모비하를 하며 도대체 왜 노력하지 않고 기본적인 것도 못하냐 했고.
그러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이 답답하고 나도 그점이 궁금했지만 도무지 노력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뒤돌면 또 그래도 괜찮아졌기에..ㅎㅎ


가끔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일 것 같다가도 하루도 안가 금방 식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그때 우울증이 왔다가 갔구나라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가 그래도 많지만 그시기 4달이 채 안되는 이 시기에 절친한 친구 4명과 연을 끊었다.
어찌되든 좋다는 생각에 오로지 먹는 것
. 친구들 만나는 것. 요새는 식물을 키우는 것에만 몰두했다.

몸은 물 먹인 솜처럼 무거웠으며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이 멍 했지만 솔직히 나는 우울해 할 때 보다는 정말 좋았다.


최근 들어서는 사칙연산도 잘 되질 않았고 기억력이 극도로 나빠졌다.

하루 종일 졸렸고 누워 시간을 낭비하다 가족이 오는 시간에만 일어나 있는 척을 했다.

원래도 방은 지저분했었지만 이젠 눈뜨고 볼 수 없었고, 분명 할 것은 많은데 미룰 수 있는 한 미루고 또 미뤘다.
분명 열정있었던것 같은데. 그놈의 돈만 좀 있다면 이렇게 인생을 낭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것같았다.

엄마는 주기적으로 내가 우리 가족의 짐짝이고 거머리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그런 내자신이 혐오스럽다가도 아니라며 환경, 남 탓하며 돌아 돌아도 결국은 내가 문제였다.

더이상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죽을 용기도 없었다.

마지막도 한심한 그런 내 모습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사고라도 났으면... 하루하루 연명하며 죽음이 내 앞에 .... 찾아와주기만을 바랬다.

 

그러다가 이번 5월 성인 @를 접하게 되었고 자가 설문 검사에서 정말 높은 점수가 나왔다.

그걸 보니 저녁 내내 잘 수 없어 온갖 검색을 해댔고 알면 알수록 내 이야기 같았다.

거기서 엉켜버린 내삶이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수도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날이 밝고. 찾았던 가까운 병원에 성인 ADHD 검사를 받을 수 있냐고 묻고 병원에 갔다.

내 증상을 밤새 길게 써가서 읽으면서 말하는데 의사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귀찮아 하는 것 처럼 느꼇다

검사 후 의사는 지금 우울증에 수면장애에 스트레스 지수?까지 지나치게 높고, 몸은 깨어있는데 뇌는 깨어있지 않은 것 같은 상태라고 했다.

@가 아니라 mbti 검사에서 나오는 기질 때문에 그럴 수 있다며 우울증을 먼저 치료해야한다고 하였다.

검사 결과는 우울증으로만 나오니 내가 @더라도 심각한편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알고보니 나는 mbti검사와 스트레스 검사만 했었다.)

솔직히 지난번에야 극심한 우울증이 왔던 것 같지만 이제는 괜찮아져서 내 상황이 안좋으니 좀 침체되어 있을 뿐 그렇게 우울하진 않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분명 친구들을 만나러가기까지가 어려웠지만 막상 즐겁게 놀았고 너무나도 잘 먹고 오래 잤으니.
나보다 힘들고 안좋은 처지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내가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하는건 너무나 사치 같았다.

정신과약과 검사비는 그 가치에 비해 너무나도 비싸게 느껴졌고.

약을 받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다음 환자를 나무라는 의사의 모습까지 보고 다신 가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가기전엔 당장 죽을 것 마냥 밤이 새는 걸 모르고 찾아보고 조언을 얻고 하던 @라는 의심을 그냥 뒤돌아서니 또 잊고 살았다.

 

언제나처럼. 끈기 없이...

 

그러다 9월말 한 지인의 주문건에서 실수를 3번이나 반복하며 자괴감이 심했고 다시 우울증과 @를 떠올렸다.

문득 이번엔 분명히 나를 이겨 낼 수 없이 죽을 것 같다.
차라리 @였으면 나아질 방법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병원을 알아봤다.


진료 예약을 하니 7시까지 설문지 작성을 메일로 보내달라했고 약속에 나가기 2시간 전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나갈 시간이 넘었는데도 절반을 더 채울 뿐 이였다. 가는 길에 나머지를 적어 보내려고 일단 파일을 저장하고 집을 나섰다.

그러고 쓰다가 한번 날려먹고 다시 쓸 엄두가 도무지 나지않아 그마저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냥 보내버렸다.
언제나처럼.ㅎㅎ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