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posts

명예의전당



글보기
대학원 생활, 일상 생활의 힘듦.
Level 2   조회수 149
2023-10-26 11:03:57

쉽게 쉽게 생각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남들에게는 너무 일상적인 것들이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후면 계속해서 자책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나는 요즘 신체화증상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정이 굳고 눈 맞춤이 힘들어진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소통이 피하고 싶고 대인기피증이 생긴다. 나는 활발한 편이고 학교에서 임원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진료를 받고 약물 치료를 하면서 나아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또 계속 사람들과 소통해야하고 일이 몰리는 걸 경험하고 눌러놓으면서, 혹은 극복하려고 하면서 이런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상생활로부터 피하고 싶다. 너무 어렵다.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약을 먹어도 신체화증상이 다시 나아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사회로부터 피하는게 답일까? 그러면 더 두려워질 것 같다. 상담 선생님이 나한테 나는 감정을 분석하는 것만 익숙하고 감정을 들여다보고 느끼는 게 약하다고 했다. 항상 감정을 극복하려는 주지화 기법으로 방어기제를 세우고 감정으로부터 피한다고 했다. 너무 어렵다. 나는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런 신체화로 이어지는 원인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수업도 가기 힘들다. 차라리 혼자 해도 되는 연구는 괜찮고 재밌다. 집 방에서 계속 혼자 하면 되니까.

나는 산만하고 집은 더럽다. 그런데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이것도 얼마전에 힘든 일을 겪고 우울증이랑 같이 ADHD를 진단받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깔끔하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고. 지금도 이상하다고는 스스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된다는 것을 더 알게 됐다. 그리고 이건 어렵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하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것을 30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것은 어렵다. 

나는 모순적인 성격과 증상의 충돌로 삶이 쉬웠던 적이 없다.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편안함을 느껴보고 싶다. 안정적으로 살아보고 싶다. 한결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 나의 신체화증상으로 사람들과 소통이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다들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내면을 파보면 내가 더 먼저 그 사람들을 밀어내고 미워하려고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정신질환은 어렵다. 우울증도 ADHD도 이제는 극복 중인 공황장애도, 언제 회복될 지 종잡을 수 없고 내 기준에서는 맥락없이 갑작스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힘들다.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도 많은데 잘 울어지지 않는다. 특히 신체화 증상이 나타날 때면 감정이 굳어버린 것 같아서 오히려 머리로는 힘들다, 이런 감정을 느끼고 싶다, 라고 하지만 신체로는 느껴지고 표출되지가 않는다. 

이런 상황의 나에게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이런 걸 이해받아본 적은 없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신체화 증상을 겪어본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이런 표정의 굳음은. 대부분이 두통을 경험하거나 몸살을 경험하는 등등이고 사회적 교류에 핵심적인 표정이 더욱 특징적으로 '굳는다'는 느낌에 공감하는 사람이 없었다. 스스로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숨고 싶다. 하지만 침대에서 나와서 책상에 앉아 할 일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칭찬한다.

이걸 경험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 특히 대학원에 다니는 ADHD인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 표정의 굳음이 신체화 증상 중 하나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감정을 얼른 극복하고 싶지만 어제 상담 이후로 극복이 좋기만 한게 아니구나라고 깨달았다. 감정을 느끼고 싶지만 감정에 대한 생각만 익숙한 상태를 누군가와 자유롭게 나눠보고 싶다.

어렵다. 어려워.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