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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신호일 때가 있다.
Level 3   조회수 98
2023-10-22 11:29:27

노력과 근성만이 삶의 주요 요소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금껏 실패의 모든 원인을 나 스스로의 사사로운 감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모든 것이 게으르고 못난 나 때문이라고 책망하였다.


내가 현재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든 간에

참고 견뎌내는 것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틀렸다.

뭐든 한쪽으로만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던 내 마음이 곪아 터져버렸다.

다행히 음주를 하지 않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 내 방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한 청년들의 방과 다를 바 없었다.

인정받지 못하는 마음과 고독함, 크고 작은 실패를 거듭하는 데에서 오는 무력감이 차곡차곡 쌓여 나를 집어 삼킬 줄은 몰랐다.


다행히 부모님께 내 현재 상황을 낱낱이 고백하고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내 방을 청소하였다.

쓰레기를 내놓을 때 눈물이 흐르면서도 마음속 응어리가 서서히 녹아내리던지 희한했다.


이후 전문 상담사와 이에 대해 논할 기회가 있었다.

오고간 대화 중에서 "쓰레기로 가득했던 방이 본인 마음의 현현(現)이었을 것이다." 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치우면서 앞뒤로 막힌 내 문제가 하나둘씩 해결되는 느낌이었으니까 말이다.

거기에 내 마음은 비록 희미하지만 괜찮지 않다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내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정이란 형태로 신호를 내보냈었고, 난 그저 '대의'라는 이름 아래에 이를 싸그리 무시하였다.


미리 알아차리고 조취를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은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지지는 않았을까?


내가 처한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리고 나 스스로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번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물론 감정에 치우쳐 후에 일어날 여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왜 이러한 감정이 생겨났으며 이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마주하면서

나름대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와 같은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지나치게 나를 다그치고 모퉁이로 몰아세워 구박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그 일을 잘해낸 것도 아니었는데다 무기력과 우울감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마주하며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연습을 하자.

비록 쉽지 않더라도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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