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글은 게시판 글에 비해 블로그 메뉴는 일종의 독립된 저널처럼 느껴지므로 구별해서 쓸 필요가 있는 글은 블로그에 쓰려고 합니다. 처음 쓰는 블로그글은 역시 나의 ADHD 이야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ADHD 처방을 받게 된 것은 약 7개월 전이었는데 이유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많은 경향들이 ADHD와 일치한다고 느껴서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산만하고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평을 들어 왔고 회사에서도 옆사람이 부산하다며 구박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텃세였을 수도 있군요.) 이것과 함께 일정의 계획이나 순서 정하기, 루틴의 반복 등이 어려웠고 가장 저를 귀찮게 하는 것은 사소한 것을 자꾸 지적받는 일이었죠. 불을 켜고 안 끈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들? 이 모든 것들이 다 ADHD의 증상과 거의 일치했기 때문에 저는 거의 98%의 확신을 가지고 병원에 찾아갔고 딱히 긴 검사 없이 바로 콘서타 18mg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약을 먹고 나자 이럴 수가... 머리가 맑아지면서 라디오의 잡음이 사라진 것 같은 고요함과 명석함이 찾아오더군요. 가장 놀라웠던 것은 미래의 시간을 구획된 큐브처럼 정리하고 만질 수 있게 되었다는 건데... 그 동안은 도저히 계획이라는 것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으니까요.
중고등학교 때에는 성적도 나쁘지 않았었고 그 때에는 나름대로 계획도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버틸 수 없는 지점들을 지나오면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심할 때에는 일하는 시간 외에는 전부 집에 누워서 반쯤 잠든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채로 있었죠. 아마도 너무 오래 방치된 ADHD가 우울과 겹친 조합이 아니었을까 짐작만 합니다. 약을 먹으면서 이 약이 일종의 각성제이기 때문에 거의 한두달은 몸에 활력이 돌고 일이 잘되며 정신이 맑고 또렷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슬슬 일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밥을 잘 먹지 않고 격무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얼굴이 초췌해지고 마치 마약중독자 같은 관상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보면서 내가 정말 ADHD가 아니라 그냥 각성제를 과용하는 일반인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평생 이 약에 중독되어 살아야 하는 근심을 하기도 했지요. 선생님께 이 점을 여쭤봤는데 일반인이 약을 먹으면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당시 이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암담했습니다. 그래서 약을 먹지 않고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하는가라고 생각을 해 보았지만 업무가 너무 심각하게 많았기에 스케줄이 어그러지는게 무서워서 단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약 7개월간 콘서타 18mg을 먹어왔는데 느낀 점은, 초반에는 정말 효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한두달 이후는 그럭저럭 적응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머리가 아프고 약간 멍해지는 멍청해지는 느낌이 들고요. 찾아보니 이것이 1차피크와 2차피크 사이의 공백 같은 때가 아닌가 짐작이 되기도 하는데 혹시 아는 분 있으신지요? 한번 주말에 단약을 시도했던 때가 있었는데 딱 이와 같이 빈혈 걸린 느낌처럼 머리가 멍해지고 하품이 계속 나오며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증량을 고민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증량을 하게 되면 의존성이 미약하게 있어서 다시 감량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증량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잘못된 시도인건지 알 수가 없네요.
지금은 식욕은 어느정도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일만 할 수 있었습니다. 18mg은 저에게 너무 강력했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수면제를 처방하여 먹을까도 싶었지만 수면제로 다음날 일어나지 못할 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수면제도 먹지 못했습니다. 지금 보니 정신건강에 안좋은 것만 골라 했네요. 그렇게 잠도 거의 못 자고 격무에 시달리는 세 달을 보낸 이후 저는 얼굴이 초췌해지고 체중이 줄어 더욱 뼈만 남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피로로 인한 것인지 약 부작용인지 구별이 안 되는 멍함과 빈혈같이 머리가 쌔하게 차가워지는?느낌을 얻게 되었고요. 혹시 이 증상도 아시는 분이 있으시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콘서타의 지속시간이 너무 길어 여전히 잠을 못 드는 바람에 제가 검색해서 메디키넷과 메디데이트가 지속시간이 7-8시간이라는 것을 알아내 10mg짜리를 처방받았습니다. 메디키넷은 속효성 50: 지속성 50의 조합으로 약 7시간 짜리이고 콘서타는 속효성 22 지속성 78 조합으로 12시간을 가므로 메디키넷이 오히려 시간 당 메틸페니데이트 방출량이 더 높지만 지속시간은 짧아서 밤늦게 못 자는 저에게 좀더 적합하지 않나 저 혼자... 뇌피셜로 이걸 한번 써보고 싶다고 우긴 것입니다.
어제 메디키넷을 1일차 먹었는데 속효성 50의 임팩트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고 오히려 2차 피크 (약 5시간 후)의 각성이 좀더 강력했습니다. 이 때의 느낌은 콘서타 초기 복용과 비슷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어제 너무 신나는 일을 하는 바람에 일찍 자기는 실패하고 말았고... 오늘은 휴가여서 놀면서 단약을 시도해 보았는데 종일 하품만 직직 해 댔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싸늘하고 흐릿하죠. 휴... 그리고 아직 잠에 못 들고 있네요. 다들 잠은 무사히 주무시고 계신지요? 혹시 정수리 쪽 머리가 쌔한 기분이 들지는 않으신지요? 약의 용량이 낮으면 졸려지는지요? 저의 담당 선생님이 콘서타를 처음 써보신다는 기분이 많이 드는데... 이렇게 혼자 생각하면 안되지만 괜한 걱정이 많네요.
그렇지만 ADHD가 맞구나라고 느꼈을 때의 슬픔과 억울함은 가끔 다시 생각나곤 합니다. 내가 게으르고 사람에게 무관심하거나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놈이 아니라 그냥 ADHD의 특성이었을 뿐인데 마치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던 그런 시간들에 대해서요. 용수철같이 탁탁 튀는 (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저는 그냥 보인 것에 대해 반응한 것 뿐이고 반사속도가 빨랐던 것이 아닌가 싶지만)그것에 대해 점잖지 않다고 수없이 혼났던 것들에 대해서요.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어쩌구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늘 생각해 왔었으니까요. 이건 어릴 때라 그랬다고도 생각합니다. 요즘이야 철이 들었지요 하하.
여하튼 말이 많았습니다. 반갑습니다. 함께 오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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