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영혼을 담은 구라를 치다..
영업을 한지 3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영업능력이 조금씩 향상되었다..팀장님이 관공서나 회사같이 딱딱한 분위기지만 인원 많은 곳에 배치시켜주셨다..
도착한 곳은 세무회계사 사무실.. 세무사나 법무사 사무실은 정말 딱딱한 분위기라서 영업하기 힘들다 ㅜㅜ
들어가기 전에 박카스 한 병을 사갔다.. (어떻게 영업할지 미리 판을 짜봤다..) 인원이 약 20명 남짓될 정도로 큰 편이었다.. 여기서 반만 가입해도 성공인데..
찰나의 순간.. 사무실이나 회사는 항상 맨 윗사람부터 공략하라는 팀장님의 말씀이 문득 생각났다.. 그래서 맨 먼저 세무사실로 발길을 옮겼다.. 심장이 콩알만해졌지만 발을 떼보는데..
(잡상인 및 영업사원 출입금지)
세무사실 문 앞에 종이로 붙어있었다.. 3개월정도 지나면 이런 안내문정도는 무시하는 배짱이 생긴다ㅋㅋ
' 똑똑똑 ' ' 누구세요? ' ' 현대 그룹에서 잠시 나왔습니다. ' (경험상 현대 백화점이라고 하면 대부분 잡상인 취급하고 쫓아보내기 쉽상이라서 잔머리를 썼다..)
잠시 뒤 키 큰 중년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날 보자 마자 표정이 굳어서 빨리 나가라고 쫓아보낼 것 같았다.. 눈 마주치자 마자 미리 준비한 박카스 한 병을 뚜껑을 따서 드렸다..
' 고생 많으십니다. 이거 드세요. 다름 아니라 현대백화점에서 잠깐 나왔습니다. '
경험상 영업 사원이 박카스주면서 하는 사람은 거의 본적이 없다.. 얼떨결에 회계사님이 박카스를 한 모금 먹더니 내 얘기를 들어준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고 이기적이다.. 얼핏 방을 둘러보니 회계사 자격증이랑 각종 수상 경력이 많으셨다..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들은 프라이드가 강하고 인정 욕구가 크다..
팀장님이 하신 말씀..
' 고객을 감동시킬려면 고객에게 때로는 영혼을 담은 구라를 쳐야 할 때도 있다. '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 대단하십니다. 평소에 말로만 듣던 공인 회계사님을 직접 뵈게 되었네요. 제가 한때 꿈꿨던 직업이었는데 수학성적이 개판이라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방에 보니까 경력이 대단하세요^^ '
' 고맙네..사실 회계사라는 직업이 딱딱해보이고 차가워보이는 이미지인데 자네 덕분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네..요즘 바쁜 시기라서 일에만 치이다보니 정신없이 보낸다네.. (잠시 뒤 카드신청서를 힐끗 보더니) 근데 이거 연회비 면제인가? '
' 네 면제입니다. 그리고 명품관도 많이 들어올 예정인데 3개월 무이자 할부 가능하시구요. 회계사님같이 소득적인 부분이나 능력되시는 분들은 전월 구매실적에 따라 vip라운지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습니다. 하나 하시죠~^^ '
정장 자켓 안주머니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더니 바로 군말없이 작성완료..
(역시 돈씀씀이 클라쓰가 넘사벽)
7부 능선 넘어왔다.. 이제 남은건 나머지 직원들이다..
' 감사합니다. '
' 아니네. 보통 영업사원들 문열고 들어와서 다짜고짜 영업하는데 자네 눈치와 센스에 놀랐다네..내가 직원들한테 얘기해줄테니 편하게 영업하게나~ '
' 정말 감사합니다. '
( 잠시 뒤 )
회계사님이 직원들에게 하신 말씀..
' 야야 젊은 사람이 고생하는데 하나씩 하게나.. 연회비도 없다네..난 방금 했어~ '
윗분이 했다고 하면 부하들 입장에서 눈치봐서 하게 된다..결국 총 15명 가입시켰다 ㅋㅋ (나머지 5명은 죽어도 안 한다함ㅜㅜ) 그래도 그 날이 영업하면서 최대의 실적이었다..
EP. 4 영업할 때는 자존심을 버리자~
오늘 따라 실적이 개판이다.. 어제도 많이 못해 혼났는데 의욕이 안 생긴다..
영업하기 힘든 비오는 어느 날.. 나는 어김없이 발길을 뗀다.. 비가 오지만 우산을 골목 구석에 짱박아놓고 일부러 비맞고 들어갔다..
도착한 곳은 어린이집.. 경험상 어린이집은 2시반에서 3시사이가 애들 낮잠 자는 시간이다..그래서 그때 방문해야지 시간이 널널해서 선생님들이 얘기도 잘 들어주고 성공률이 높다..
사실 어린이집도 영업사원들이 자주 와서 선생님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
' 똑똑똑 '
문열고 들어가자.. 원장님이 나가라고 할려다가 비에 젖은 내 모습이 안 쓰러웠는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신다.. (1차 작전 성공)
원장님이 선생님들을 다 모아주셨으나 분위기는 썰렁했다..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느껴졌다..
' 오늘 기념일이에요. '
(선생님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만장일치로)
' 무슨 기념일요? '
' 저번주에 실적 저조로 짤려서 영업직 옷벗고 나올까 했는데 다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시 옷입은 기념일요 ㅋㅋ '
(순간 어이 없다는 선생님들의 웃음)
선생님 중 1명은 비맞고 왔다며 안쓰럽다고 가입한다..
순간 한 선생님이 분위기 깨는 말을 한다..
' 머하러 해? 카드도 많은데~ '
영업할 때 고객 심리가 이렇다..
한 명이 분위기 망치면 멀쩡히 하던 사람도 안하고 반대로 다 하는 분위기인데 혼자만 안 하면 눈치보다가 자기도 결국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대중의 눈치와 의견을 자기도 모르게 따른다. (설득의 심리학의 사회적 증거의 법칙)
' 왜요? 지금 현대 백화점카드 없는 분 거의 안 계세요 선생님도 구경만 하지 마시고 하나 하시죠~ '
(칼같이 자르듯이)
' 필요없어요.'
' 필요없으시구나~~ (포기하는 척하다가 천진난만하게) 그럼 실적 하나만 올려주세요 ㅋㅋㅋ '
결국 빵터져서 웃는 틈을 타서 가입시킴.. 총 2명 가입했는데 오늘 목표에서 한개가 모자랐다..
고민이 너무 된다.. 그나마 가능성있는게 원장님인데.. 자존심 생각할 때가 아니였다..
결국 난 원장님께 무릎꿇었다.. 하나만 도와달라고ㅜㅜ 목표치 총 3개 하는데 성공했다..
P.S 사람들은 흔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일이 남의 지갑에서 돈 뺏들어내는 일 (영업직)이라고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말고 끈기있게 하다보면 성과가 보이는게 영업인 것 같다..젊은 시절 6개월 남짓의 경험이지만 좋은 경험이었던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