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온 백면입니다. 사실, 전에도 블로그에 2번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쓰고 나니 부끄러워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오늘은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요즘 핫하다는 닌텐도 스위치를 샀습니다. 급처한다는 지인을 통해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것, 게다가 링피트를 포함해서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동물의 숲에 푹 빠져있습니다. 링피트는 한 번 해보고 동생이 주로 애용하고 있죠. 저에게 다소 과분한 물건인가 봅니다.
2. 너무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제가 7살 때 헤어졌으니 꼬박 16년 만이군요. 사실 만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매몰차게 쏘아붙일 요량으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보자마자 연신 미안하다 하시며 당신의 죄를 빌었습니다. 저는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에 지나간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습니다. 우리 남매를 두고 간 이야기, 부모님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저의 병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다시 뵙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용서가 되지 않아 뵙기 망설여집니다.
3. 아버지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삭제했던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집안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가계의 대부분을 지금까지 저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져서, 아버지와 싸우기도 많이 싸웠습니다. 동생이 결국 아버지와 대판 싸운 뒤, 저는 지쳤습니다. 아버지와 한번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방에 가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버지가 ADHD임을 확신한 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아버지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낍니다.
4. 생각해봅니다. 우리 가정은 사랑이 결핍된 게 아닐까? 할아버지, 할머니 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할머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네요. 우리 할머니는 꽃다운 스물다섯 나이에 아들만 여섯인 집에 셋째 며느리로 시집오셨습니다. 갖은 고생을 맏며느리, 둘째 며느리 대신에 하셨더랬죠. 그 와중에 소중한 맏아들을 사고로 잃어버렸으니, 할머니의 당면과제는 아들을 생산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모 둘을 내리 낳으시고 기어이 아들을 낳는 데 성공하셨으니, 바로 우리 아버지였습니다.
5.이렇게 어렵게 낳은 아들이니 조부모님은 아버지를 금지옥엽보다 더하게 키우셨습니다. 특히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큰아버지(살아 계셨다면) 생각만 하시면 “내가 잃어버렸다” 하시니 얼마나 소중하셨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키우면 안됐습니다. 할머니께 정말로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그것은 보듬어 키운 것이 아닌 그저 ‘방치’였습니다. 모든 것이 아버지의 뜻대로 돌아갔고, 아버지에게 세상이 내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적어도 청소년기 때까지는 말이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결말은, 사회에서의 몰락일 뿐이었습니다.
6. 아버지는 성인이 되자, 결혼을 하고 조부모님이 한평생 일구어 놓은 재산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바람기가 든 청년의 호기로운 도전은 실패만 불러왔고, 성공에 대한 집착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실패로 인한 분노는 가정으로 돌아갔고, 어머니는 떠나셨습니다. 우리 남매는 어두운 길을 헤메이기 시작했습니다.
7. 어머니의 자리를 채운 할머니는 당신 나름대로 정성을 우리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아버지를 키운 똑같은 방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할머니께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할머니께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존재도, 우리에게는 소중했으니까요. 우리는 설익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성인이 되었습니다.
8. ‘내가, 동생이, 아버지가,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보는 하루입니다. 빼먹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보자면, 할아버지께서는 전형적인 ADHD셨습니다. 그 시절 분들처럼 묵묵히 일했기에 눈에 띄는 행동을 안하셨을 뿐이지요. 그래서 아버지가 그런 부모님의 초상을 보고 열의를 불태웠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대를 이어오는 사랑의 결핍은 결국 ADHD를 낳은 것일까요? 아니면 ADHD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걸까요?
9. 할머니를 탓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시대의 사명이라 생각하기에, 그 시절 사람들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부모님의 배려를 외면한 채, 사랑에 대한 갈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풀었고, 철저하게 이용당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 대신 방종을 택했습니다. 용서를 구하지도 않습니다. 반성도 하지 않습니다. 화나고, 슬프고, 딱한 삶입니다.
10. 의식에 흐름대로 썼습니다. 스위치 얘기로 시작해 한풀이로 끝났네요. 두서없이 써서 에이앱에 올려도 될지 모르는 글이었습니다. 앞으로 에이앱에 자주 방문해서 글도 쓰고 댓글도 열심히 남기겠습니다. 지리멸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들 건강하고 행복한 삶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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