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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타,브린텔릭스 단약 부작용에대한 두서없는 회고(미루고미루고미루고미루고......)
Level 3   조회수 1263
2020-05-26 04:27:02

대구의 코로나 사태가 그나마 잠잠해지던 4월중순,

분당 자취방, 현실도피행위에 중독되어 매일매일 한가롭게만 보내던 나에게 어머니가 전화를 걸었다.

불안에 찬 그분의 말을 요약하자면 "계속 그렇게 있을 거면 방 빼고 대구로 내려와라. 5월초에 너 대구 방문하면 진지하게 논의하자." 였다.


그럼 내 (진행이 느려터졌지만 하고는 있는) 개인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먹여 살리고있는 두마리 애완데구ㅅㄲ들은 어떡하지?

2020년이 되자마자 인생의 다양한 고민들을 그저 회피만 하는데 익숙해진 나는 찾기 쉬운 단순한 결론을 내지도 못한 채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 약통을 보니 안 먹고 쟁여둔 콘서타가 한가득이었다.

내 강박적 게으름이 불안을 만나 폭발한 나는 또 한번 최악의 결정을 한다.

'저 약통을 비울 때 까지 당분간 병원도 그냥 가지 말자.'

그렇게 그나마 주변에서 따끔한 말을 해주던 사람 중 한 명인 의사선생님의 조언을 2주일동안 듣지 않게 되었다.

그 전보다도 더 큰 자유를 얻은 나에게는 외부에서 오는 거의 대부분의 부정적 피드백이 사라졌고, 

당연히 난 4월이 끝나도록 썩어 문드러져갔다. 


"지금의 난 진짜 배수진을 쳐야만 해!"

이성을 담당하는 내 전두엽의 비명이 들렸다.

(내 몸이 기업이라고 친다면, 내 전두엽은 사내 정치질에 희생되어 언제나 위아래로 까이느라 기업의 행동력을 통솔하지 못하지만, 혼자 유일하게 올바른 소리를 내는 유능한 임원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정말 자유가 주어지면 언제나 망가지는 사람이었다. 

대학교 재학 중엔 방학만 되면 학기 중에 열심히 쌓은 학점과 친목관계가 무색하게 자취방에서 혼자 바람에 건조되는 황태마냥 가만히 있었고, 

군대에서는 ADHD임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일 거의 남기지 않고 복무를 했으나 휴가만 되면 다시 황태가 되어 그 짧은 4박5일들을 허비했다.


두렵지만 지금의 내가 저질러야 미래의 내가 일을 하겠지 싶어서 결심했다. 5월에 대구에 방문해서 말했다. 이제부터 가족에게서 받는 모든 지원을 끊겠다고.


이전 글에서 브린텔릭스와 콘서타의 조합으로 복용을 시작했다고 적었는데, 이렇게 덫에 빠져 단약 부작용을 경험해보니 확실히 그 약들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ㅜㅜ 

내일이면 다시 원장님 얼굴을 보고 한바탕 혼나고 콘서타를 받아오겠지...

'x됐다' 라는 생각을 외면하지 않고 살야야겠다. 예전에 원장선생님에게 들었던 것처럼 불안을 외면하는데 익숙해진 나는 불안을 꾸준히 견디는 재활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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