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돈에 대한 것입니다.
에이디는 충동성과 계획 못함과 자극 추구와 에 뭐 또...하여튼 그래서 재정관리가 쉽지가 않지요. 근데 생각해보면 사실은 굳이 에이디가 아니더라도, 이렇게나 뭔가를 사는 것이 자유롭고 편리하며 마치 정체성의 표현인 것만 같은 사회에서 게다가 신용카드와 마이너스통장 등의 방법을 통해 갖고싶다면 일단 가질 수는 있는 환경에서
돈이 진짜 진짜 아주 많은 게 아니라면, 재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예요 많은 통제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거는 하필 우리가 되게 못하는 건데.
저도 누가 에이디 아니랄까봐(..) 여러가지 경험(..)을 겪었던지라 직접 또는 간접 경험으로 알게 된 것들과 책으로 배운 것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용돈기입장과 가계부 앱과 나
내가 얼마를 벌어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잘 아는 것은 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가계부 어플 및 서비스가 존재하고, 서점이나 문구점에 가 보면 그런 용도로 나와 있는 수없이 많은 수첩과 노트가 있지요. 아무거나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냥 메모장이나 수첩인들 어떻겠어요.
다만 만일 수입과 지출을 기록해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면, 가급적 규칙적으로, 적어도 1주일에 1번 이상 가능하다면 매일, 특히 지출을 손으로 직접 적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면, 지출의 카테고리도 나눠 보고, 수중의 현금과 계좌의 돈과 갚아야 할 돈을 나눠도 볼 수 있지요
지출 항목을 분류해 보면, 어디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는지, 어떤 지출은 줄일 수 있고 어떤 지출은 줄일 수 없는지, 매월 반드시 지출되어야 하는 돈은 얼마이므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얼마인지를 확인할 수 있고, '뭐 쓴 것도 없는데 월급이 통장을 스쳐갔다'는 상황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일단 수입과 지출을 기록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거예요.
수입과 지출을 기록할 때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몇가지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 카드 긁은 건 카드대금 결제일 말고 긁은 날 지출한 겁니다. 할부로 긁었더라도 전액을 긁은 날 지출한거예요. 그리고 카드대금은 내가 진 빚이고, 결제일에 갚아지는 겁니다. 휴대폰 소액결제도 마찬가지이고, 그 외에도 아무튼 일단 지금 쓰고 나중에 돈 내는 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카드 긁은 내역을 문자로 보내주면 그걸 자동으로 가계부 어플에 넣어 주는 서비스가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출을 빼먹지 않고 기록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이긴 할 것 같은데, 저는 모든 지출을 직접 기록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내가 이 돈을 썼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습니다.
- 특히 현금의 경우, 어디 썼는지 까먹을 수 있어요. 뭐, 까먹었으면 까먹었다고 하고, 현재의 상태로 돈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적어두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몇번 까먹어서 돈이 비었다고 해서, 그런 사소한 것에 좌절하고 그만두지 마세요. 저도 맨날 지출한거 기록 놓치고 나중에 잔액 고쳐 씁니다;;;
* 뭘 쓴들 어떻겠냐 했지만, 추천 서비스를 하나 꼽자면 '후잉' whooing.com 이라는 웹서비스입니다. 저는 무료 버전으로 한동안 사용하다 지금은 유료버전을 쓰는데, 자산과 부채를 설정해 자산의 변화를 정리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좋아요. 다만, 저는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까지 용돈기입장과 가계부만 20년도 넘게 써왔던 장부정리 덕후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지출 기록 시작하는 분에게는...추천하지 않습니다. 머리아플거예요.
2.예산과 결산과 나
자신이 어디에 주로 돈을 쓰고, 그 중 줄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예산을 짜 볼 때입니다. 어디에 얼마를 쓰고 얼마를 남길지 예산을 짜고, 그리고 꼭 결산을 해 보세요.
결산의 기능은 두가지입니다. 1) 예산을 초과해 돈을 너무 많이 썼다면 그 점을 반성하며 다시는 안그러기로 결심한다. 2) 혹시 내가 비현실적인 예산을 짠 것은 아닌가 한번쯤 생각해보고 다음 예산에 반영한다.
저도 1인의 에이디인으로서 예산을 초과해 돈을 쓰는 일이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다음 달 예산을 고치거나,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하곤 합니다.
예산이든 결산이든 내가 지키는 게 중요하죠, 즉, 지출을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데요 저의 경우는 예산을 훌쩍 넘는 어리석은 지출을 한 경우는 보통 둘 중 하나였어요. 1) 싸다는 이유로 그렇게까지 쓸모가 있지는 않은 것들을 너무 많이 샀다. 2) 너무나 갖고 싶은 나머지 무리하게 지르고 말았다.
다행히 1)번의 경우는 쇼핑의 경험이 쌓이며 줄어들고 있습니다...아직 멀었지만요ㅠㅠ 2)번의 경우는, 적금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갖고싶은게 생겼는데 그게 너무 비싸다>>그거 가격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으로 적금을 든다>>적금을 탄다>>아직도 그게 그렇게까지 간절하고 갖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여전히 사고 싶으면 사면 되죠, 저의 경우는 보통 그때쯤 되면 별로 안 갖고 싶더라구요.
3. 통장과 통장들과 나
돈 관리 기법으로 흔히 나오는 것은 일명 통장 쪼개기라는 방법입니다.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설명이 많으니 검색해보세요. 통장을 어떻게 나누는지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듯 한데, 뭐 어쨌거나 원칙은 수입이 들어오는 통장, 고정지출이 나가는 통장, 무조건 모으기로 한 금액을 넣는 적금통장, 일정한 생활비를 넣어 사용하는 통장, 그리고 남는 돈을 모으는 통장과 비상금 통장 정도를 나누어 두고 수입이 들어오면 곧 각 통장에 나누어 넣는다는 것 같습니다. 보세요 별거아닌데 글로 쓰면 왠지 어려운 것 같잖아요ㅋㅋ
통장을 쪼갤때 주의해야 할 점은, 과거의 지출과 예산을 바탕으로, 목표를 가능하게 세우고 꼭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록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예요.
쓰고 남은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모을 돈을 미리 빼놓고 그 나머지로 써야 한다는 말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를 모을지 정할 때에는 내가 꼭 써야 할 돈이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남는 돈 중에서 모을 돈을 정해야 마음먹은대로 지킬 수 있어요.
한가지 더, 돈 관리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는 연체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입니다. 신용은 아주 중요한 것이예요 일정한 금액을 내야 하는 항목은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돈이 빠져나가는 통장에서 돈이 모자라지 않도록 꼭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그럴 자신이 없다면, 통장 쪼개기는 차라리 안 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4. 대출과 상환과 나
거 사람이 상황이 영 여의치 않으면 할부를 좀 할 수도 있습니다. 사정이 좀 그렇다 보면 돈을 빌릴 수도 있지요.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한 얘기를 조금만 해 볼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빚은 안 지는게 제일 좋습니다. 빚이 생겨버렸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갚는 게 제일 좋습니다. 한꺼번에 갚아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 조건이 나쁜 것부터 청산합니다. 이자가 비싸거나, 신용도에 방해가 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가끔은 급하게 갚을 필요 없이 두고두고 좀 천천히 갚아도 되는 빚이 있습니다. 이율이 아주 저렴한 예컨대 학자금대출 같은 것인데 조건에 따라서는 기한에 맞춰서 갚는 편이 오히려 이득인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연체는 안 됩니다. (앞서 강조했듯이 신용카드로 긁은 것은 결제일에 갚아야 하는 빚이예요, 뭐가 됐든 내가 일단 쓰고 나중에 내면 되는 돈은 전부 다 빚이예요)
만일 주변(예컨대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라면,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받으세요.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운데도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다간, 작은 도움을 받고 끝날 수 있었던 일이 큰 도움을 받고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는 수가 있습니다.
만일 도저히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신용카드의 경우 리볼빙이나 카드론같은 비상수단도 존재합니다(비상수단이니 되도록이면 피하시는 편이 좋긴 한데요... 정말 도저히 답이 안 나올때는 카드값 밀리는 것보단 쬐끔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거에 손을 댈 정도가 되었다면 그때부턴 진짜 긴축재정을 하셔야 함)
혹시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은행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다면 신용도나 상황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겠으나, 잘못 관리하면 낭패를 보는 수가 있어서 (경험으로 배운) 꼭 기억해야 할 점 몇가지만 말씀드릴게요. 1) 마이너스통장은 마이너스 한도액 전액이 님의 대출금으로 등록됩니다. 머 그렇다구요... 2) 마이너스통장은 이자도 마이너스통장에서 빠져나갑니다. 그 결과 이자가 원금에 편입되어 쑥쑥 커져나가는 복리의 마법을 마이너스로 체험할 수 있으니, 웬만하면 매월 최소한 마이너스 통장 이자만큼의 돈은 입금을 시키는 걸 권해드립니다... 3) 웬만하면 비상용으로 가지고만 있고 마이너스를 쓰지는 마세요......
혹시라도 혹시 만약에라도 위의 과정을 모두 거치고 이제는 정말로 수습이 안되는 상황까지 되어버린 분이 있다면, 무서운 분들께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우선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을 한번쯤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무서운 분들은...음...너무 무서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