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에 실직했다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일단은 푹 쉬기로 했다 그동안 일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 했으니 맘껏 휴식을 즐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런데 쉬는 날이 하루 이틀 일주일이 넘어가자 우울감과 무력감에 빠져버렸다 기나긴 슬럼프의 시작이었다
주변인과 모든 연락을 끊고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실컷 했다 밥은 하루에 한 끼 많으면 두 끼를 먹었으며 그마저도 전부 배달 음식으로 때웠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내고 나니 더는 게임에 흥미를 갖지 않게 됐다
다음으로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드라마였다 부부의 세계를 필두로 킹덤2, 더 라스트 댄스, 스토브리그를 몰아서 봤다 모두 재밌는 드라마였지만 가장 유익했던 것은 더 라스트 댄스였다 미국 nba 농구팀 시카고불스와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작품인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뜻 밖의 교훈을 얻었다 선수들의 농구에 대한 열정과 투쟁심, 노력은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나를 일깨웠다
여기까지가 실직 이후의 삶이다 너무 많이 놀아버린 것 같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미련 없이 놀았기에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길었던 슬럼프가 드디어 끝나는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