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 가까운 친구들과 글쓰기 모임을 갖습니다. 보통 그날 이야기를 나누며 글감을 즉흥적으로 정하고 노트에 20-30분 정도 글을 써내려 가는 식으로 글을 쓰는데요. 어제 모임 때 시를 하나 쓰게 되서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ㅎㅎ
뒷걸음질
이 길을 지날 때면 떨리는 눈을 하고 그곳을 한번 바라봅니다
피해갈 수 없는 이곳, 미처 녹지 못한 슬픔과 녹을 수 없었던 아픔을 손으로 가리며 다시 그곳을 지워봅니다
그러고는 갈 곳 잃은 고양이와 함께 바닥에 풀썩 앉고,
(2020.07.10.토)
여러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혹은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순간들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다 잊고 잘 살고 계실 수도 있겠고, 한켠에 꼭꼭 숨겨둔 채로 살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살 무렵 집을 가려고 하면 항상 지나게 되던 동네가 있었습니다. 그 동네는 저한테 많은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사랑도 있었죠. 행복했지만 결과는 슬프고 아팠던 일들이었습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지금은 신경도 안 쓰고 살지만 간혹 부산에 가서 그곳을 지날 때면 감정이 묘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억은 잊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또 최근에 상담을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사건, 사고들을 기억해봤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지금 생각하면 크게 힘들지 않지만 당시에는 무척 충격이고 불행하기도 했던 일들이었죠.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그 많은 일들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아마 지금처럼 옛 생각을 하며 조금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겠죠.
근데 이제는 과거에 집착하는 것도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조금은 달리 생각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런 일들로 내 삶은 조금 힘들었지만 이제 더이상 후회만 하지 말자고, 지울 수 있는 기억은 아니지만 좋은 기억들로 잘 덮어 놓고 잘 살아보자고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