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이어서.
전학을 가게된 나는 삶에서 질문을 완전히 없애버리고자 노력했다. 이것은 호기심이 가득한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제대로 답변해 주는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내가 직접 무엇인가를 찾고 이해하는게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때 부터 나는 깨어있는 시간에는 모두 다리를 떨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손가락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그래서 잠시나마 유행했던 팬비트가 내게 즐거움이 되기도 했다. 또한 타자치는것을 좋아하게 되어 학창시절 내내 나보다 타자가 빠른 사람이 없었다. 지금도 한글은 700타 이상 영어는 500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손가락과 발가락을 쉴새없이 움직이는 것은 내가 가장 없애고 싶은 습관 중 하나이다. 진지하거나 집중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있는 장소에서 나의 손발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싫었던 나의 모습 중 하나는 바로 야뇨증이었다. 소위말해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것인데 초등학교 5~6학년까지 지속되었다. 그 당시에는 이러한 것이 ADHD와 관련된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나 최근 야뇨증이 있는 아동의 ADHD 발병률이 최대 25%라는 연구를 보게 되었다. 이 때 많이 혼났던 기억들이 낮은 자존감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나의 잘못인줄로만 알았다. 내가 나쁜 아이라고 생각했으며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든 것이라고 느꼈다. 또한 나의 야뇨증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거리로 삼는 어른들 덕에 분노와 수치심을 일찍 알게 되었다.
학업성적과 교우관계도 괜찮은 편이었다. 공부는 하지 않았으나 늘 좋은 결과가 따랐다. 단지 궁금한 것을 알아보고 찾아가는 즐거움을 일찍이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체능 과목은 내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해당 과목들에 대해서는 수업시간에 조차 집중할 수 없었다. 물론 다른 수업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흥미를 가졌던 수학이나 과학 과목에 대해서는 수업에 집중하지는 않아도 내가 혼자 사고하는 시간이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IQ테스트 결과 148이 나와 교무실로 불려갔고 이후 각종 프로그램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과학상자라는 분야에 학교 대표가 되는 등 기대가 컸다. 그러나 나는 내 관심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시키면 오히려 더 하지 않았다. 항상 까불고 촐랑대며 활동적인 탓에 친구들은 쉽게 사귈 수 있었다. 늘 그렇듯 별명은 또라이, 웃긴놈 등 어린 친구들 눈에서도 자신들과 달랐던 것이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반장을 했었는데 나의 사명을 선생이란 존재로부터 학생들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늘 학생을 위한 급진적인 행동을 지속했다. 내가 아마 운동권 시절이나 독재정부 시절에 태어났다면 머리에 빨간 띠를 두록 있었을지도 모른다.
충동조절 또한 너무나 어려웠다. 특히나 초등학교 3학년 친구가 빨간 비디오를 보여준 이후로 절제하지 못하고 급속하게 빠져들었다. 자극에 쉽게 굴복하며 내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살게되었다. 이러한 자극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자랑은 아니며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물건을 훔치는 일도 잦았다. 문구사나 친구의 물건을 보고 충동적으로 가져간적이 많다. 전혀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는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는 죄책감때문에 다시 가져다 놓거나 버린적이 많다. 지금의 나 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물건도 많이 잃어버렸다. 어느새 소유에 대한 욕심도 사라졌던것 같다. 원래 내것은 없으며 있어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비싼 물건은 애초에 구매하지 않는다. 특히나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들. 당시 엠피쓰리만 해도 몇개씩이나 잃어버려 결국 엠피쓰리를 갖고 있던 시절 이후로는 가요를 듣지 않았다. 지금도 노래는 듣지 않는다. 내 마지막 보이그룹은 투피엠 걸그룹은 아마 소녀시대다. 사실 군대에서 걸스데이를 본적은 있다. 예전에 큰맘먹고 산 에어팟은 집에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잃어버릴까봐.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난건데 에어팟이 안보인지 며칠 된 것 같다. 분명 책상 위에 보통 두는데 다음에 찾아봐야겠다.
아무튼 또다시 과거를 돌아보았다. 앞날에 대한 준비를 하기도 바쁜 시기이지만 자꾸만 되돌아보는 것 같다. 내가 만약 이러한 것들을 통해 ADHD인것을 빨리 알고 일찍 치료를 시작했다면 뭔가 일찍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후회하고 과거에 얽메어있는 모습이지만 이런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많은 신호가 있었던것 같은데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만약 아이를 갖게된다면 아이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