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쉽지 않다.
ADHD 환자들은 집중력이 떨어진 탓에 즉각 피드백이 돌아오는 sns를 즐기기 쉽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실보다 더욱 sns를 하면서 친구들에게 과하게 애정을 쏟고, 모르는 사람들의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게 늘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몇가지 일이 있어서 아무래도 안되겠구나, 이대로 있으면 내게도 친구들에게도 악영향이구나 싶어서 한동안 그만두려 결심했어요. 제가 날이 서서 예민하게 굴다가 나중에 서로 원치 않는 상처를 입어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일단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방해가 되기도 하구요.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힘듭니다. 숨 쉬듯 글을 올리며 저의 상태를 적는 걸 좋아했거든요. 배고프다, 약효가 돈다, 두통이 있다, 졸린데 자기 싫어. 이런 것들이요. 이전에도 몇번이고 그만두려 했으나 어플을 사용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주소만 치면 접속할 수 있는 sns를 그만두기에는 지나치게 접근이 쉬웠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사용 기록을 전부 지웠습니다. sns의 첫글자만 검색창에 적어도 자동완성으로 뜨던 것이 사라지자 한번의 과정을 더 거쳐야만 하기에 자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site blocker라는 확장프로그램을 깔았습니다. 등록해둔 사이트에 들어가면 접속도 되지 않고 자동으로 그 창이 종료되게 해 두었어요. 몇번의 과정을 거쳐서 꽤나 힘겹게 sns에 들어가도 소용이 없게 되니 굳이 글을 적으려고 하지 않게 되어요. 굳이 원한다면 사이트 차단을 없애고 접속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이미 실패니까요.
사실 핸드폰으로는 충분히 접속할 수 있습니다. sns가 아니어도 웹소설을 좋아하고, 컴퓨터로만 차단한 것이기 때문에 핸드폰으로는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또한 핸드폰 중독도 꽤 있습니다. sns 중독에 가까웠겠지만 의미 없는 토막 글을 읽고, 필요 없는 지식(ex.모든 개미의 무게를 합치면 모든 인간의 무게와 비슷하대!)들을 쌓는 걸 즐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피하기 위해 노력함에도 결국 금새 sns로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즐거운 것, 유혹적인 것을 두고 피해있기는 쉽지 않아요. 제게 sns는 달콤한 도피처였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저의 모든 것을 적을 수 있는 곳이었어요. 보통 그것을 의존 혹은 중독이라고 한다고 압니다. 그럼에도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 떠드는 게 좋았어요. 그치만 알고 있습니다. 제게 즐거운 것은 솜사탕과 같다는 걸요. 달콤하지만 허무하고, 금새 사라지는 행복이고, 오래 접하다 보면 당뇨 등의 큰 병이 올 수도 있는 겁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건 어렵습니다. 한약을 먹을때도 한달여간을 밀가루도, 고기도, 음료수도, 차가운 것도 먹지 못해 무척이나 괴로워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먹곤 했습니다. 물론 좋진 않았죠. 의지력이 약한 adhd환자이자 모든 걸 포기한듯이 놀던 저지만 그럼에도 즐거움에서 도망치는 건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부끄럽지만 제게 도움이 됩니다. 아마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 선택이 제 이후의 삶에 약간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랍니다. 최소한 8월 한달간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 혹시 어떤 중독에서든 벗어나거나 끊어내려 노력하시는 분이 있다면 팁 좀 알려주시면 기쁠거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