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앱을 통해 알게된 자조모임에 참가했다. 총 28일의 여정, 한 달 간 매일 일정한 양식(오늘한 일, 오늘 느낀 감정 등 )을 적어서 사진찍어 인증하고 일주일에 한 번 씩 줌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제외하고는 나 외에 ADHD인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 참가했을 때는 호기심이랑 궁금증이 컸다. 무슨 얘기를 나누나? 이 가이드북이 나한테 도움이 될까? 어떤 사람들일까? 등등 이런저런 호기심을 가지고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원래 매일 밤 일기를 쓰기도 하고 해야할 일을 메모해서 점검하기도 해서 가이드북을 통해 특별한 변화를 원한거나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이드북에는 내 일기장에는 없는, 조금은 특별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 지 적기' 나는 늘 감정보다는 사실 위주, 어떤 일이 있었는 지 ㅡ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서 일기를 적었다. 그러다보니 개선/발전에는 도움이 될수는 있었지만 자꾸만 힘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자꾸만 과업중심이 되니 우울감, 불안감, 더 잘해야한다는 강박.. 등등.. 잘한일, 좋았던 일은 적지도 않고 생각도 안하고 내가 오늘 못한일, 혼난일, 내일 해야하는 일 등등으로 채워진 내 일기장은 부정적인 말들 투성였다. 가이드북을 통해서 감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되었다. 결국 내가 더 잘하고 싶고 더 발전하고 싶은 이유는 행복하고 싶어서, 나 자신에게 더 좋은 걸 주고 싶어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인데 채찍질이 과해지다보니 주종이 바뀐 지 오래였다. 아마 내 오랜 우울과 불안의 근원은 여기가 아니였나 싶기도 하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니 나를 좀 더 보살필 수 있게 되었다. 목적이 무엇이고 수단이 무엇인지 챙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참 좋았다. 더불어, 매 주 진행한 자조모임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발견했다. 사실 나는 그 누구 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온기를 필요로하는, 그렇지만 방어기제가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나에게 있어 '감정교류'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정보공유'만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응원, 지지 같은 것에 힘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응원을 받는다고 할 일이 줄어들거나 시간이 늘어나는 게 아니니까 별 도움이 안되는 듯' 이라고 생각했던 (mbti로 따지면 극T형 인간) 사람이였는데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만 이렇게 하나하나가 벅찬 게 아니다. 내가 이상한게 아니다라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 온기를 느꼈고 힘이 되었다. '만나야하는' 사람 말고 '만나고싶은' 사람은 참 좋은거구나.. 특히나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 이런 감정을 깊게 느낀 것 같다. 좋은기회를 주신 운영진분들, 같이 한달간의 자조모임을 해주신 챌린저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