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맞는 약을 먹으면서 세상이 밝아졌다. 해가 뜨는게 싫고 흐리고 어두운 날씨만이 좋았고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싫고 아무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해가 뜨면 따뜻해서 좋고 사람들을 보는 내마음도 한결 가볍고 밝다. 아침에 일어나서 방긋 웃을수 있고 소소한 모든 것에 행복을 느낄수 있음에 감사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을까? 평범한 감정이 이런 것이라면 이제라도 느낄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약을 잘먹은 후부터는 웃음도 많아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되니 긍정적인 말도 잘하게 되었다. 덕분에 주변사람들에게 에너자이저라는 소리도 들었다. 기분좋게 해주고 내말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살다보니 나도 이런 말을 듣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족들과도 관계가 매우 좋아졌다. 항상 가족들에게 우울한 소리만 하거나 화만 내고 나도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면 이제는 일상적인 대화도 잘하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시시콜콜 얘기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매는 내가 소울메이트라고 했다. 항상 짐덩어리기만 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병원을 찾기 전의 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항상 화나있었고 우울하고 절망뿐이었다. 왜 이렇게 바보같을까 자책도 많이 했고 이상한 성격을 가져서 주위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찌 견딘건지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이 안간다. 절망감에 몸부림치고 우울의 끝이 없는 바닥 속으로 들어가며 허우적댔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어딘가 고장난듯 했고 무언가에 집중하는게 가장 어려웠다. 이런 힘든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로 살수 있음에 감사함을 더욱 느낀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의 트라우마가 많은 편이라 아직 긴장도 잘하고 안좋은 생각이 나기도 한다. 사람들과 어찌 지내는지도 모르고 혼자가 편하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망망대해에 있는것같이 막연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에이앱에 질문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가족과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또한 상담을 받으며 나를 진정시키는 방법들도 배워서 일상에서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미 나에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약을 챙겨먹고 스스로를 지켜보니 나 자신을 케어하고 돌보는 기분이 든다. 나쁘지 않다. 되려 스스로에게 더 애정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챙겨줄 것도 많고 신경쓸 것도 많다. 예전엔 어느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비난했다면 지금은 잘했다 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잘할수 있다 긍정적인 말을 해줄 수 있게 되서 기쁘다. 그래서 앞으로도 소소한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끼며 딱 남들만큼 평범하게 사는게 목표다. 언젠가 의사선생님께서도 내가 일반인들 범주에 올라온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나도 꾸준히 약을 잘먹고 일상을 유지한다면 곧 목표에 다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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