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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3   조회수 148
2021-01-22 13:54:35

약물의 힘을 빌려 성취를 이루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인가..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방학 때는 약을 안 먹으려 하기도 했다. 

그치만 나는 부주의 보다는 '나의 부주의로 인한 주위의 부정적인 반응'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부정적 반응을 주는 사람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뭐 지능이 떨어지든 주의력이 없든 1인분을 안하거나 못하거나 그 사람들이 견뎌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얀 냉장고만 열어보면 되는데 그걸 안 해서 (못? 안?) 전화를 한다던 지 화장실에 물기나 머리카락을 남기고 간다던 지.. 전원을 안 켜고 기계를 넘겨줘서 버스기사님을 기다리게 하고 친구를 당황하게 한다던 지 뭐 별 것도 아닌 잔실수지만.. 사소한 피해를 주고 칠칠맞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히면 나는 위축되고 슬프고 내 자신이 밉다. 

꼭 공부를 잘하고 일을 잘하기 위해 약을 먹는 건 아니라는 거다. 사실 부주의라는 것은 아주 추상적인 개념이라 정말 내가 한 번 더 신경쓰면 되는걸까?

나는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자꾸 앞 일 같은 게 계속 생길까?

약을 먹어도 내가 22년 간 사용했고 체화된 행동 양식, 인지구조가 같은 (약 먹기 전과 ) 행동을 하게 한다고 한다. 

정말 미스테리하다. 열쇠를 챙겼는 지 열 번도 넘게 확인하고 불안해 하는데 기계 전원이 꺼져있는 지는 왜 한 번도 확인을 안 했을까? 그 냉장고는 도대체 왜 한 번을 안 열어 봤을까?

큰 실수도 아니고 큰 부정적 자극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까지 크게 위축되는 지 모르겠다. 

머리카락, 물기 치우기, 욕실 정리 안경끼고 두 번 세 번 했는데 도대체 흠이 왜 이렇게 많을까 조심히 걸어다니기, 문 조심해서 닫기 .. 

살면서 해야하는 게 왜 이렇게 많고 .. 에너지 소모가 많을까

습관화.. 습관으로 잡히면 들여야 하는 에너지가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까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살고 싶은데 해야하는 것, 지켜야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피로하다. 

생각해보니 약 먹기 전에는 부정적 피드백이 들어와도 그냥 다 별 생각없이 스루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부정적 피드백이 들어오면 소극적이여지고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것 같고, 내 자신이 무가치, 무능하게 느껴진다. 

욕실을 치우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 난 3,5 정도의 청결이면 되는데 엄마는 7,8을 원한다. 

이 집에서 살려면 내가 맞추는 수 밖에 없다. 

에버랜드 기숙사.. 기숙사도 공동생활이기 때문에 분명 참고 견뎌야 할 부분이 있다. 

엄마는 엄마지만 생판 남은 내가 더 많이 노력해야한다. 

노력.. 노력.. 나는 노력을 많이 해야한다. 

남들도 다 열심히 사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나는 내 몫으로 주어진, 내가 해야하는 것들이 참 버겁다. 

엄마는 내 방의 청소 상태, 욕실 청소, 생활 습관 등등.. 많은 것들을 참아주고 넘어가주고 있다. 

엄마가 나를 사랑으로 배려해주는 만큼 나도 내가 해야하는 최소한의 몫을 해야 한다. 

나는 너무 약하고 징징댄다. 

작은 일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 일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큰 건 팩트지만 그건 진짜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일 뿐이다. 

남들은 3,4를 위해 3,4 에너지가 필요한데 나는 5,6 에너지를 써야한다고 얘기했더니 사실 남들도 5,6의 에너지를 쓰고 있을 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게.. 남들이 어떤 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건 그저 나는 5,6의 에너지를 써서 3,4의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5,6만큼 일(행동)을 한 게 아니라 생각 (스트레스)만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피곤하고 쉬고 싶고 눕고 싶은건가? 늘 에너지가 없다. 

3,4 일을 위해서는 3,4 만큼의 스트레스만 받기.. 이게 되면 참 좋겠지만 참 어렵다.. 

그리고 나 자신을 평가 절하하지말자. 

남들한테는 조금 잘한 것을 크게 칭찬하고 인정하면서 본인한테는 조금 못한 건 크게 혼내고 많이 잘 한건 작게 생각한다. 

엄격하게 굴면 위축되고 자신감만 떨어질 뿐 장점이 단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나는 혼난다고 자극받아서 앞으로 뛰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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