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뭔가 창출하려 해도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은 소비다. 그럼 잘 쓰는 것이라도 해야겠다. 그래서 뭘 할까 했다.
내가 돈 많이 쓰는 구석을 알아봤다. 편의점, 병원, 교보문고, 어쩌다 충동구매 피자 정도 병원은 하는 수 없고, 편의점, 피자는 글렀고... 인터넷교보 회원등급을 굳이 무리해 높여 이어나갈 필요가 있을까?
작년 쯤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종합서점이 문을 닫았다. 이 동네의 또다른 작은 서점도, 이사오고 6개월 뒤에, 수험책서점이 되어버렸고, 1-2년 버티다 닫았다. 전에 살던 동네도, 그 근처도, 계속해서 없어졌다. 독립서점은 그보단 의외로 잘 운영되는 듯하다. 한때 독립서점 붐이 일어났을 때 갑자기 여럿 마구잡이로 생겨서 불안불안했지만, 폐점도 많은 만큼 개점도 늘었고 이젠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특별한 인테리어, sns홍보, 모임개최, 카페, 꽃, 가볍고 예쁜 책, 책방지기의 추천... 지역뿐만 아니라 외지인에게도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사랑받는다. 물론 흑자는 어렵고 빠듯하게 운영되는 부분이 태반이나, 이들에 비하면 인제 동네종합서점은 철저히 외면받는 신세같았다.
카드를 발급받았다. 오프라인서점 15퍼센트 할인. 그외 정말이지 세상 쓸모 없는 카드다. 가능하면 실적에 내 생활비 전부를 투자할 생각이다. 구 단위에서 5개도 안 남은 종합서점. 그중에 제일 사람 적고, 유동인구 없는 동네를 찍었다. 공교롭게 여기도 전에 살던 곳 중 하나다. 전의 추억하는 모습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상상해봤다.
방문했다. 예상대로 규모는 반토막 났고, 더 낡은 느낌이 들었다. 매장에는 반의 반만이 일반서적이 진열되었다. 여기도 인제 수능 참고서 책방의 운명을 걷게 되는 듯하다. 구석에 있는 헌책들과 낡은 백과사전이 예전 모습을 담고 있다. 예상과 같다 한들 낯섦과 복잡한 감정은 어쩔 수 없다. 읽은 헌책들 여럿, 책등이 바랜 책 1권, 읽(고싶)은 책 1권 해서 2만 얼마에 데려왔다. 헌책은 최고다. 당분간은 읽을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전시용 책을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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