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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기하지 않을것이다
Level 3   조회수 95
2021-04-20 02:53:08

요 며칠 약을 바꾸었더니, 약기운이 떨어질만한 시간에 잠이 오지 않고 대신 우울한 감정이 다시 세게 휘몰아쳤다.

본격적으로 약을 먹고 치료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다시 감정이 크게 흔들렸다.

꼭 밤에 잠이 들지 않으면 이렇게 밑도 끝도없는 우울한 감정이 훅 솟아오른다.


독립하기 전에. 한참 감정기복이 심했을 때, 

아무것도 안될것같은 우울함. 그걸 벗어나는 순간은 정신없이 몰입해서 시간을 흑백으로 만들어 버릴 때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산적인, 무슨 목표를 향한 몰입이 아니라 온갖 웹서핑이나 게임,아니면 밖에 나가서 목적없이 누군가를 만나기.

시간을 태워버리는 셈이었다. 

머리로는 안된다, 다잡아야된다, 고 알지만 아무것도 하고싶은것도 없고 할 의지가 안생겼다. 

이렇게 살아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망이 없었다.

엄마 아빠가 살아계실때야 내가 저 마음 밑바닥에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구석이라도 있지

평생 사시진 못할것아닌가.. 내가 계속 이렇게 막벌이 알바인생으로 살아서 

내 발로 딛은 단단한 삶을 꾸리지 못하면. 

그 상태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나는 정말 절망밖에 남은게 없을텐데.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겠어서 제대로 약을 먹고 지금까지 살던 공간을 벗어나서 내 정신상태를 정면으로 맞서보고싶었다. 

집을 나가서 혼자 살겠다고. 거기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 길을 찾겠다고 울면서 엄마한테 얘기했다.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고. 이 집이라도 벗어나고싶다고. 사실 지금 딱 죽고싶다고 했다.

그 때 엄마가 안돼, 너는 내 아기야. 니가 죽으면 나는 정말 못살아... 라고 우셨다.   

서른 넘은 나한테 너는 내 아기야, 라고 하는 엄마를 보니, 내가 아주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날 이후에, 죽어버리고싶다는 생각이 들때 엄마를 떠올렸다.

안돼. 너는 내 아기야. 니가 죽으면 나는 못살아...

왜 나는 이 나이먹도록 내 앞가림하나 제대로 못하고 기본적인 생활조차 멍텅구리 실수투성이일까

생각하다보면 겉만 늙고 사회적으로는 미숙아인 것 같아서 좌절스럽다.

어쩌면 아기가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을것이다.

지금도 잠깐 이렇게 우울감이 훅 올라오는 밤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여기에 빠져서 허우적대지 않으려고 한다.

잠이 오지 않아서 불을 환하게 키고 아예 커피를 마시고 노트북을 켜고 이렇게 글을 쓴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을것이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잠깐 또 실수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막막한 기분에 압도되서 질질 짤지도 모른다.

그래도 포기는 안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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