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정말 교과서적인 상담자이자 치료자인 원장님이 아주 드물게 당시 내 상태에 ‘개입’에 가까운 조언을 했다. ‘…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떠나는 것도 괜찮다. 사실 진 것도 아니잖냐.’ 오죽하면 이 분이 이럴까 생각하며 담담하게 돌아서려 하다, 뭐 하나 내 기대와 같진 않았지만 끝마무리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정리되게끔 만들겠다고 다시 꾸역꾸역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올해 초부터 신기하게도, 분노와 무기력으로 가득차서 뭐 하나 진행할 수 없던 작년까지와는 다르게 몸이 움직여졌다. 우연찮게 지나간 시간들에 관한 기록들을 보다 ‘아직 감사할 것들이 더 많다.’라고 생각하게 된 시점 이후 어느 지점부터 이틀에 한 번 몰아서 자면서도 다시 아침에 일어나 외출을 하고, 읽고, 쓸 수 있게 된 스스로가 신기해서 즐거웠다. 그러다 단계상 정말 들여다 보기 싫은 지점을 들여다 봐야 하는 타이밍이 오자 그간의 변화가 무색하게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사실, 누구나 그렇듯 일상에서 자잘한 사고는 항상 있어왔다. 그럼에도 실제는 10/100의 강도일 그 자극들이 이 단계에 들어선 순간부터 100/100이나 그 이상으로 느껴져 머릿속이 온통 복잡해졌다. 그러다 문득,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또 다른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감사했으면서도 어느새 입으로는 불평을 먼저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착화 된 것/상태를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그 방향이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내 생각이라 하더라도, 아주 작은 노력을 딱 한 번만 기울이면 끝날 문제 같은데도,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작년에, 내 자신에게 도움될 만한 일을 내 머리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을 때, 한 때 대중교통으로는 2정거장 이상 이동할 수 없었다던 선배 한 분이 조언을 해 주셨다. ‘스스로에게 도움될 루틴을 유지해라. 마치 거짓말처럼, 어느 순간에는 나아지더라.’ 오늘은 어쩌면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내가 알아야 할 ‘기본’이자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내 자신에게 차분히 알려줄 타이밍 같다. ‘누구나 자신만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지나간 시간들을 객관적으로 돌이켜봤을 때,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목표하던 일을 성취를 했을때는 그 일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감사함과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던 경우였다. 항상 그랬다.’
그리고 노트에 적어본다. "괜한 힘 쓰지 말고, 굳이 뭘 더 알려고 애쓰지 말자. 이미 알고있던 것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주 떠올리자." + "불평은 멈추자."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