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강한 의지도, 목적도, 욕심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만 살아왔다. 주변에서 이런 날 보며 너무나도 답답해하고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하는데 나는 지금이 좋은 걸 뭐 어쩌라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는데 뭔 목표를 가지라는겨.
느긋한데다 아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성격때문인지 뇌파검사결과에서도 스트레스 수치가 30정도로 낮은 편에 속한다고 나왔더라. 그 덕분에 그 모든 증상들 속에서 덜 고통받고 살아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뭐든 툭하면 잃어버리는 인간인데 불안이 거의 없으니 말 다했지 뭐.
오랜 동료에게 얼마 전 adhd 진단 사실을 알리고 얘기를 나누다가 좀 놀랐다. 남들에게 나는 정신없고 왁왁거리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감정기복이 적고 늘 차분하며 텐션이 되게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좋았다고 하더라. 사실 화가 나도 기분이 좋아도 막 심장이 뛰는 일이 잘 없긴 한데 살아오며 학습한 게 있으니 큰 소리로 얘기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표현했었는데 저렇게 느끼고 있었다니 놀랐다. 현 직장 동료들은 음..정신없는 애로 인식하고 있더라. 물건을 두고 와서 아악! 하고 머리를 감싸쥐면 개똥이가 개똥이했네 라고 웃으면서 얘기들 하시니 ㅋㅋ(물론 실제로 개똥이라고 하진 않는다)
아무튼, 1년을 넘게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올초에 검사를 받고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한지 4개월 정도되었는데 중간에 잠깐 8일 정도 새 삶을 사는 느낌을 받았고 그 강렬한 느낌은 이제 없다. 고민하다가 지난 번 상담때 그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서 아쉽다고 하니 의사선생님이 난감해하시면서 그럼 약을 다르게 조절해볼까요? 하시더라. 아니...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일단은 먹던 대로 처음으로 2주 분량을 받아왔고 직장내 무기력만 개선된 상태로 지내게 됐는데... 계속 이대로 지내게 되는 걸까? 더이상 개선의 여지는 없는 걸까? 이번의 나는 어디로 흘러가게 되는 걸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내 인생의 흐름이 궁금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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