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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Level 3   조회수 113
2024-04-29 17:01:44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 언젠가 한번은 정리해서 써보고 싶었는데 이곳이 좋겠다.


내 유년기 시절은 그다지.그다지보다 훨씬 더 안좋았다.

자세히 쓰기엔 너무 오래 걸릴것 같고, 지금이라면 경찰서 갈정도, 

집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듯 쫄아지내고 밖에 나오면 활발했다,


공부는 뭐 원래 못했고 고등학생때는 자발적인 아웃사이더였고 학교도 자주 빠지고

가출도 해봤다 고민이 있어도 말할사람도 없었고 믿을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가장 믿을수 있는 존재들이 나를 괴롭혔으니 타인을 어찌 믿을까.


고1정도쯤,  어떤기회로 ( 과정이 너무 길어 생략) 얼굴도 모르는 어떤 학원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카톡이나 네이트메신저 같은곳에 알게 된 분이라 온라인,이메일로만 대화를했다


지금도 명료하게 말하지 못하고 빙빙돌려서 애둘러서 말하지만 어릴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속 있는 말을 꺼내는 방법을 잘 모르는애,

나는 그 학원선생님과 가끔 대화를 할수 있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그저 내가 이기적인것같다, 사는게 힘들다, 잘하는게 없다, 이런식으로  던지듯

말하면 항상 진지하게 대답을 해주셨다.


한날 나에게 주소를 물었고 한참을 고민하다 알려드렸는데 몇일이 지나고 집으로 책이 왔다

내가 꼭 읽어보면 좋겠다며, 얼굴한번 본적없는 나에게 책을 선물로 보내주셨고, 책 사이에는 메모와

문화상품권을 같이 보내주셨다,

그때 그 감정,기분은 지금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은어른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진심으로 대해준분.

20대후반까지도 대화내용을 간직하고 자주 읽어 볼 정도로 나는 위로와 위안을 받았던것 같다.

힘들때면 해주신 말씀을 아직도 기억하고  떠올린다,


어느날 그분이 이제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는 대화를 못할것 같다고 

자신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분에게 아주 충실하고 싶으시다고 하셨고 -

홀어머니의 외아들이신 그분은 어머니 소원이 자신이 결혼하는것인데 자신은 결혼과 맞지 않지만 

어머니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고 자신도 한번 노력해보고싶으시다고,

나는 너무 너무 축하한다고 감사했다고 너무 감사하고 축하드린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이후로 다시는 대화를 할수 없게됐다.


문득 나와 대화를 그만해야할 이유가 결혼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진짜 결혼때문이기를 바란다,


선생님,

저는 잘지내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좋았던시간도 안좋았던 시간도 모든시간에 해주신 말씀으로 잘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좋은 가정을 이루시고 살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선생님같은 사람이 한번쯤 됐으면, 누군가 저에게 참 고마웠다 느낄수 있는 일을

한번은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디서든 건강하시고 잘지내시길 바래요 

선생님 말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생각할수 없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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