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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이다
Level 3   조회수 105
2021-07-25 00:27:22

4월 첫 직장을 그만두고

6월 고향을 떠나 타지역에서 새로이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벌써 두달이 흘렀다.

사실 아직도 실수를 많이 한다.

큰 실수를 여러번 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일도 많다.

그래도

신기한것이

나를 탓하거나 우울해하지않고

받아들이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록인 것 같다.

업무 특성상 특정 상황에 맞게 꼭 해야하는 절차들이 정해져있다.

이러한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선배들은 종이 한장 가지고 다니며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반면

나는 내가 해야하는 일, 하려고 한 일, 했던 일 모두 기억나지 않고

하루에 5개씩은 빠뜨린것같다.


그리고 나는 매일 10장 이상이 될 정도로 나의 모든 하루를 기록하고있다

상사의 말 한마디도 모두 적어두고

업무상 걸려온 전화도.

처음에는 이마저 쉽지 않았다.

적어두었다 한들 이것이 누가 언제 말한것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6색 볼펜을 사서

직속상사, 스태프, 동료, 소비자, 나 를 각각 다른 색으로 구분하여 메모했고

나머지 한 색으로는 해결 한 일을 하나씩 체크해나갔다.


비록 아직도 아니 오늘도 실수를 해서

상사에게 좋지 않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어제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더 잘 하고 있고

아마도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 진단을 받고 2년 반이 지난 지금

많은것이 바뀌었다

중간에 멋대로 단약을 하며 다시 찾아왔던 우울증도

정신이 산만할 정도의 과잉행동도

지금의 내게는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지금도 적지않은 약값과

약 없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흔들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 나는 행복해지고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행하지 않다.


불행하지 않은것이 내겐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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