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 직장을 그만두고 6월 고향을 떠나 타지역에서 새로이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벌써 두달이 흘렀다. 사실 아직도 실수를 많이 한다. 큰 실수를 여러번 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일도 많다. 그래도 신기한것이 나를 탓하거나 우울해하지않고 받아들이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록인 것 같다. 업무 특성상 특정 상황에 맞게 꼭 해야하는 절차들이 정해져있다. 이러한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선배들은 종이 한장 가지고 다니며 모든 일을 처리하는 반면 나는 내가 해야하는 일, 하려고 한 일, 했던 일 모두 기억나지 않고 하루에 5개씩은 빠뜨린것같다.
그리고 나는 매일 10장 이상이 될 정도로 나의 모든 하루를 기록하고있다 상사의 말 한마디도 모두 적어두고 업무상 걸려온 전화도. 처음에는 이마저 쉽지 않았다. 적어두었다 한들 이것이 누가 언제 말한것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6색 볼펜을 사서 직속상사, 스태프, 동료, 소비자, 나 를 각각 다른 색으로 구분하여 메모했고 나머지 한 색으로는 해결 한 일을 하나씩 체크해나갔다.
비록 아직도 아니 오늘도 실수를 해서 상사에게 좋지 않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어제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더 잘 하고 있고 아마도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 진단을 받고 2년 반이 지난 지금 많은것이 바뀌었다 중간에 멋대로 단약을 하며 다시 찾아왔던 우울증도 정신이 산만할 정도의 과잉행동도 지금의 내게는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지금도 적지않은 약값과 약 없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흔들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 나는 행복해지고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행하지 않다.
불행하지 않은것이 내겐 행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