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posts

명예의전당



글보기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다니..!
Level 2   조회수 127
2024-09-21 19:27:57

나는 독립적인 편에 속하는 인간이다. 혼자서 어떻게든 다 해보는 편이고 타인에게 부탁하거나 기대는 걸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혼자서 너무 잘 놀아서 살아오면서 심심하다고 느껴본 적이 다섯손가락안에 꼽히는 인간이다. 그런 내가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심심함을 느끼고 있다니... 나에게 있어선 꽤나 당황스러운 사건이다. 


약을 먹은지 9개월쯤 됐다. 매사 몸이 무겁고 피곤했던 증상이 개선된 것 말고는 여전하다. 콘서타랑 아리피졸을 먹고 있는데 아리피졸이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다. 왜 먹는지도. 의사선생님께 물어볼 법도 한데 물어본 적이 없다. 뭐 알아서 잘 주시겠거니 싶은거다. 콘서타를 처음 먹었을 때 말고는 행동에 변화가 일절 없어서 더이상의 행동개선은 없나보다 그냥 늘어지던 증상이 개선됐으니 그냥 먹자 하고 있었다. 의사선생님도 달라진 점 매번 물어보시는데 매번 같은 대답을 하니 그래도 꾸준히 먹다보면 또 달라질 수 있으니 노력해보자고 하셔서 그냥 네 하고 나오길 반복했었다. 그런데 요즘 조금 달라진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콘서타 먹었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놀랍게도(놀라울 일 아니지만) 설거지가 쌓이지 않는다. 밥 먹고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할일을 찾고 있다. 화분 분갈이도 하고 빨래도 하고 방정리도 한다. 


지난 금요일에 어머니가 다녀가셨다. 빨래를 다 해놓고 가셨다. 어머니가 본가로 돌아가시고 나니 집에 할일이 하나도 없는 거다. 뭔가를 해야겠는데 할일이 없어진 것. 그때 갑자기 당혹감이 밀려오더니 심심함을 느끼게 되었다. 늘 읽던 웹소설을 읽어도 휴대폰 게임을 해도 tv를 봐도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더라. 오늘도 깨끗한 집을 보며 또 심심함을 느껴버린 것이고.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해치우고 싶고, 그렇게 할만한 게 없어서 심심함을 느낀다는 게 나한테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으니. 마음이 울렁거리고 이상하다. 어떻게보면 나한텐 일종의 콘서타 부작용인 셈이다. 이런 식의 부작용이라니. 그 어떤 부작용도 없었는데 목석같은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 상황이 발생하니 참으로 난감하다. 콘서타가 역량을 계속 발휘해준다면 이런 감정과 계속 맞닥뜨려야하나 싶어서 좀 겁나지만 이것 역시 좀 더 나은 나로 나아가는 과정이겠지. 라고 생각해봐야지 뭐 어쩌겠어. 


심심함을 극복하기 위해 오랜만에 들렀다가 블로그글 남기면서 생각이 정리된 기분이다.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