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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Level 2   조회수 82
2024-09-03 13:00:16



 한창 인생에 대한 고민이 있어 에이앱을 자주 왔던 그 시기 이후 3개월이 지났다.




 당시 다니던 사무직 학원 수업도 끝나고, 그 후로 또 취업준비도 했지만 아직도 사무직은 모르겠더라. 

 그래서 중간에 맥이 끊기기도 했고, 미래에 부모님 간병에 도움될까 싶은 맘에 요양보호사 학원도 다니기도 했다.




 때가 되었으니 중소 사무직에 서류를 넣어 면접을 봤는데 죄다 면접 당시 분위기만 좋았지 막상 합격 연락은 하나도 오지않았다. 




 내가 마음엔 드는데 작은 기업이니 만큼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 구한다며, 그 자격을 가지고 왜 여기 오냐며 단순 사무직 같이 물경력 되는일 말고 기술이 되는 곳을 가면 좋겠다고도 하였다......아마 내가 더 좋은데 생기면 금방 탈주할 것 같은 모습으로 보였나보다.




 사실 이런 일들은 내게 큰 상실감이 들진않았다. 절실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내심 복지 관련 직업을 더 하고싶은데 막상 몸과 마음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보면 너무 혼란스럽기만 하니까. 




 면접이든 스몰톡이든 나에게 "간호사 왜 안해요? 한게 아까운데 해보기라도 하지." 라는 질문은 어딜가든 하는데, 그에 대한 대답은 실습도 천시간 넘게 하는데 실습동안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어서, 내 질환이 환자한테 피해줄까봐 무서워서, 생명을 책임질 자신이 안들어서 라고 겉으로만 이야기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것이 있었다.




 투사적 관점.

 나는 늘 외부에서 문제가 있어 하지 않는다 했지만 사실은 내 내면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새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고, 가족 특히 엄마에 관한 내 마음( 미성년자때부터 조현병인 엄마를 보호자처럼 감당한게 점점 지쳐서 도망가려고 하면서 환자분들을 간호하는 내 모습이 죄책감이 들어 힘들다. 이런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언니가 날 괴롭히는 내용의 꿈을 매일같이 꿔서 괴롭다 등  )을 처음으로 타인에게 이야기를 하였더니 의사 선생님께선 "엄마가 아프고 ㅇㅇ씨에게 의존적이고 그런것도 있지만 ㅇㅇ씨도 물리적으로 독립은 오래했어도 감정적으로 전혀 분리되지 못하셨어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것과 타인으로부터 듣는건 조금 어색하고 민망했다. 그래서 난 이에 대한 답으로 "꿈에 매일 나오니 꿈 때문에 생각이 나는건지 생각때문에 꿈에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였다.

 그러니 선생님은 지금 상황이 충분히 혼란스러울만 하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 불행한 과거와 불행할 미래는 있지만 나를 위한 "현재"는 없다며, 엄마와 본인에 대한 감정을 분리하도록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정신과는 내담자의 마음을 상담해주는 곳이 아니라서 그럴수 있지만 여러 상담소에서도 이런 내 마음을 인정받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누군가 이런 마음을 인정해주고 같이 해결해보자고 한 말이 내가 알던 상담에 대한 부정적이고 편협한 생각이 바로 허물어질 만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분명 그 과정은 쉽지않겠지. 우리 집안은 정신병력이 강해 병 증세 악화로 언니도 엄마도 입원한 전적이 있지만, 그런 돌발상황 없는 내가 그나마 집에서 "정상" 이라는 취급을 받고 있으니까.....




8년전 어린 나는 언니, 아빠, 엄마가 순서대로 줄줄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때(정신질환, 암, 뇌경색 직전) 주변에 믿고 의지할 어른이나 지인은 없고, 원래 있던 강아지랑 언니가 저질러놓은 애완동물 2마리까지 추가로 보니 너무 힘들어서 겨우 2달 알바중이던 가게 사장님께 가족 하소연을 꽤 많이 했는데, 어느날 그 이모님께선 이렇게 말씀 하셨다.

"너네 가족들은 다 널 이용할 생각만 하고 딱 붙잡고 안놔줄거야, 가족과 연락을 끊어내는것이 너의 인생에 도움이 돼. 하지만 넌 엄마가 눈에 밟혀 못끊어내겠지." 




타인인데 그때의 날 어떻게 그리 정확히 보셨을까. 그 대화 후 8년이 지나도 여전히 난 한순간도 빠짐없이 엄마에게 측은지심과 죄책감, 괴롭고 피로함 등 양가감정을 느낀다. 어린날의 학대도 병이 였으니까.. 지금은 환자인걸 아니까....




새 병원에서 만난 선생님과 함께라면 앞으로 감정 분리가 잘 해결될까?, 환경은 변하지못해도 내 마음은 변할수 있는데 나는 과연 언제 현재를 즐길수 있게 될까, 엄마와 아픈 환자 분들을 대입하지 않고 보살펴드릴 수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비록 스쳐지나갈 사람이더라도 상대가 잠깐의 행복이라도 느껴 하루가 완전한 불행이 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삶을 선호한다. 

선생님과 함께 하여 감정 분리를 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엄마와 환우분들을 별개의 시선으로 대할수있게 좀 더 따뜻한 사람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나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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