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에 이야기가 많이 쌓여 읽기보다 쓰기가 편한 때가 있다. 날이 무덥고 습기는 많아 찜기 속의 만두처럼 생각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고, 결혼식이며 업무며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열심히 살았던 나머지 지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작은 실수에도 민감해서 남보다 나자신의 나에 대한 피드백이 과할 때도 있지만 쉽사리 자격지심을 멈출 수도 없어서 때론 그저 잠들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대체로 유효하며 현명한 엔딩이다.
잘 먹고 잘 자고, 때론 남들처럼 가볍게 술도 한 잔 하는 것이 매사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끔의 반주도 특별한 이벤트로 여겨질 정도로 무색무미의 날들을 보내온 내가 결혼을 하니 의도치않은 매몰참, 감정이 결핍된 말로 상대를 상처입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사랑을 떠올린다. 물기 머금은 휴지처럼 다시 내가 보드라워지고 나면 이제 상대가 내게 말의 채무를 받아낸다. 그또한 행복이다.
이틀에 달하는 격무 끝에 나는 살짝 손을 대면 바스라질듯 메마른 낙엽이 되었다. 약으로 절여진 뇌가 얼얼하여 수분 섭취가 권장된다. 어젯밤에는 배우자가 구워준 고기를 잔뜩 먹고 이른 저녁 잠들었다가, 밤중에 소화제를 찾아마시곤 다시 푹 잤다. 집안일도 쉬었다. 약간은 나른하게 보내도 될 하루에 오랜만에 들러 글을 쓴다. 압정같은 불안에 시달리다 반야심경을 찾아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