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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Running)'합시다 : ADHD 맞춤형 운동
Level 3   조회수 591
2022-02-25 23:21:24

ADHD임도 모르던 시절 계속 우울해지고 살면서 되는 것도 없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쓰라리니 몸이라도 움직여야겠다 싶었다.

'프로그라운드'라는 모임에 들어가 꾸준히 달리기 인증을 했다. 

많고 많은 운동들 중에 왜 하필이면 달리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살면서 운동이라곤 걷기 운동 밖에 해본 적 없는 운동 신경 제로에게 그나마 발 디딜만한 게 달리기밖에 없었다. 양 

처음 시작은 1km였다. 나이키 러닝 어플리케이션에 차근 차근 기록을 쌓아갔다. 

축적되는 기록을 확인하기에는 숫자 감각이 엉망인 adhd이었기에 계획적으로 달리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양 다리를 앞으로... 앞으로 움직이는 동작에 취해 그나마 꾸준히 한 것이었다. 

무기력증에 게으른 습관으로 집 옆 도림천까지 몸을 움직이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헬스장 한 달 등록하면 1번 나갔던 나레기다. 프로그라운드 카톡방에 있지 않았더라면 달리기를 습관화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프로그라운드는 혼자 어플리케이션에 달린 거리와 시간을 카톡방에 인증하는 식이었다.

홀로 고독하게 뛰었지만 인증할 통로가 있으니 아예 혼자하는 것보단 나았다. 

서울대학교 달리기 동아리에 가입했다. 아마 에브리타임 광고를 보고 가입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가입해두고 활동 거의 안 한 여느 동아리와 마찬가지로 대충 할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운영되더라. 

주마다 1회 이상 꾸준히 정기런, 번개 러닝이 있었다. 

그리고 막상 달리기에 참석하니 여러 명과 함께 뛸 수 있어 외롭지도 않고 심지어 혼자일 때보다 더 잘 뛰게 되는 것이다!!

달리기는 그런 운동이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 일 때 훨씬 멀리, 훨씬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한강 공원에서 처음으로 8km를 뛰었다. 분명 카톡 공지방에 km당 6분 페이스로 뛴다고 하면서 막상 현장에서 5분 초반대 페이스로 달리더라.

8km라는 말도 안되는 거리에 한 번, 그리고 5분 10초대라는 (그 당시 내 입장에서는) 무슨 이봉주 같은 위인이나 가능할 법한 페이스에 다시 한 번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마라톤 선수는 42.195km를 3분 페이스로 달린다. 정말 말도 안되는 초인적인 기량이다. 존경한다)

욕심이 생겨 그 해 달리기 동아리 공식 대회에 하프 마라톤에 지원했다. 

달리기 시작 3개월밖에 안 되고 최대 거리도 8km밖에 안 되는 놈이 21km 하프 마라톤 지원한다니 동아리 선배가 비웃었다. 

그런 비웃음에 제대로 엿 한 번 먹여보겠다는 오기로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딱히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맘 먹으면 3-4시간은 걸어버리는 나였다. 수년 간 단련된 걷기 운동 덕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발에 굳은 살도 제대로 박혀 있지 않아 끝나고 왼발 양말이 피로 물들어 있었지만 가슴 속은 그 어느때보다도 불 타고 있었다.


고독한 해외 생활에서도 달리기는 내 동반자에 되어 주었다.

우울증이 극에 달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국의 여자친구가 바람 펴 헤어진 직후 5일 연속으로 10km씩 달렸다.

한 달에 한 번은 틈틈히 20km를 달렸다.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등 혼자 해외 여행을 갈 때면 해외의 풍경을 감상하며 10km 이상 달렸다. 

포르투의 황금빛 야경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껏 본 야경 중에서 손에 꼽는 풍경이다.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포르투의 경관을 옆에 끼고 도루 강을 따라 혼자 21km를 달리던 순간의 숨결과 땀내음, 심장 박동 소리가 아직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무릎 보호 위해 러닝화 자주 바꿔주세요! < 운동 < 건강 < 기사본문 - 마음건강 길 

이루 말할 수 없이 X같은 인생이었다. 달리기는 내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내가 땅을 밟아 세상과 관계하고, 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달리기가 없었다면 과연 내가 어떻게 버티며 살아갈 수 있었을 지 모르겠다.

뭐 하나 되는 거 없는 시기에 달리기만이 내가 생명체임을 느끼게 하였다. 

내면의 처절한 고통을 떨쳐내고 싶은 ADHD들에게 나는 러닝을 추천한다. 


러닝은 특별한 준비물이 없이도, 운동 신경이 없이도 꾸준함과 끈기, 열정만 있다면 타 운동에 비해 쉽게 성장할 수 있다. 

인생에 뭐 하나 되는 게 없을 때 달리기 속도와 거리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도 얘만큼은 날 배신하지 않아서 좋다. 

러닝 크루에서 내 기량보다 훨씬 잘 달리고 있는 나를 보며 결국 사람은 타인과 같이 있어야 함을, 타인의 도움의 손길을 받을 때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주보다 더 먼 거리를 뛰고 더 뛰어난 페이스로 달릴라면 평소와 다르게 얼굴과 등에 땀이 찔찔 나 범벅이 된다. 

러닝에 미쳐본 사람은 안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의 쾌감과 중독성을. 


꾸준히 달리기 할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다고?

요즘 이곳 저곳 활성화된 러닝 크루나 대학 달리기 동아리에 가입해라!!

대학생이라면 에브리타임만 봐도 찾을 수 있고, 인스타 그램, 웹사이트 등을 뒤져보면 집 근처에서 정기모임을 가지는 러닝크루가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 기준)


달리기가 우울증과 뇌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달리기는 가장 단시간 내에 가장 손쉽게 기분이 나아지는 취미이다. 적당한 속도로 수 킬로미터를 달리면 호흡은 자연스럽게 박자를 타고 발을 내딛을 때마다 리듬감마저 느껴진다. 신경활동의 증가가 사고 과정의 유발을 도와주어 큰 노력 없이도 마음 챙김 명상의 효과를 얻게 된다. 노르 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 등 우울증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을 조절하며 뇌 줄기 말초부터 자극을 일으켜 활력, 의욕, 흥미, 에너지를 넘치게 한다. 우울증과 ADHD 초기 증상에 시달리던 하버드 의대 존 레이티 교수는 '운동화 신은 뇌'라는 단행본도 발간했다. 우울증 치료는 물론 '뇌를 똑똑하게 만드는' 달리기의 경험을 실험결과와 합쳐 정리한 것이다. 


ADHD로 인한 인지왜곡 문제, 습관화된 우울증, 강박, 불안 등등 삶 전체에 걸쳐 있는 문제들을 ADHD들을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해결하여야 한다. 약물 치료, 인지행동치료, 정신 상담, 운동 등등.... ADHD 극복 여행에 달리기를 추가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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