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posts

명예의전당



글보기
난 이제 지쳤어요
Level 3   조회수 288
2022-03-20 21:33:08

땡뻘!


장난입니다.


물론 지쳤다는 것은 진심입니다.


ㅈㅅ, ㅈㅎ 언급도 할 거니깐 민감하신분은 뒤로 가기 해주세요.

---------------------------------


직장생활 1년 6개월차가 되어갑니다.

일은 해도해도 늘지도 않고 작업기억력은 정말... 끔찍하게 낮습니다.

뒤돌아서면 까먹고. 지금 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꾸자꾸 까먹습니다. 자꾸 자꾸 까먹으니 너무 무섭습니다.

할일을 까먹고 서류를 기억 못하고 계속계속 그냥 무섭습니다.

기억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절 옥죄어 옵니다.

메모를 한다고 나름 하는데.

방금 내 손에 뭐를 들고 있다가 여기에 놨음. 아까 점심은 뭐를 먹었고 내 열쇠는 가방에 있고 나는 지금 책상 앞에 앉아있고 좀 이따가 과장님 결재를 받아야 함을 계속생각하고 있다가는 다른 걸 또 까먹고 까먹습니다.


요새 회식이 잦은데...

술이 들어가다보니, 다들 저에게 여러가지 진심어린 충고들을 해주는데

분명 저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인 거, 도와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아는데

칼이 되어 저를 찌르는 느낌입니다.


괜찮은 척 같이 웃다가

집에 오면 자살충동과 자해욕구에 시달리고는 합니다.

이제 회식자리를 어떻게든 거절해보려구요.


비전공자가 전문적인 일을 하려하니 아는 것은 없고 뭐가 맞는 건지도 모르고

모르면 물어보라는데 뭘 알아야 하는 것인지를 모르니 내가 뭘 모르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저를 답답해하는 마음 너무나 잘 이해가 가서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저도 제가 답답해 미쳐버리겠습니다. 어떻게든 더 나아질려고 해야 하는데 아무 노력도 하고싶지 않습니다.

너무 지쳤습니다. 왜 지쳤는 지 뭘 했다고 지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년 10년 이렇게 일해온 사람들 앞에 두고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는 다는 것도 죄책감입니다.

그냥 이 조직에 계속 남아있는 게 민폐가 아닐까 싶어 그만둬야지 싶다가도

그럼 내가 백수일 때는 행복했나?


직장인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어서 불행하고

백수는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없어서 불행합니다.


당장 이 직장을 그만두면 뭘 할 수 있을 지 막막합니다.

어떻게 다시 시험공부를 하고 어떻게 다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만두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지만 그만두면 뭘 할 수 있죠?

그만둔다고 괜찮아지나요?


저의 기분을 저의 우울을 어떻게든 달래보려고

저의 망가지는 기억력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열심히 알바해서 정신과도 다녀보고 약도 먹어보고 여행도 가봤습니다. 운동도 해봤습니다.

알바하면서 돈은 벌었지만 시간의 자유를 잃고 정신적 스트레스 인간에 대한 환멸을 얻었습니다.

정신과 다니며 돈을 썼고 약 부작용을 얻고, 나의 부족한 용기와 노력에 더 좌절했습니다.

여행을 가면서 돈을 많이 썼고 내가 전세계적 약자임을 더 깨달아 불행해졌습니다.

운동도 재밌기는 한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 건강할 때 가능하더라요. 너무 힘들 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고통입니다.


뭘? 도대체 뭘해야 내가 나와 살아갈 수 있죠?

시도때도 없이 괜찮아졌다가 아니? 엿먹어봐라 까꿍? 생각하기 싫으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깐 꺼져?

라는 마음들을 데리고 살아가기가 너무 지칩니다.


뭘해야 내가 돈을 벌면서 적당한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다들 이렇게 괴로움을 안고 버티며 괜찮은척 사는 건가요?

저는 괜찮은척 살기 싫어서 떠나고 싶어요.

제발 내가 뭘 어떤 노력을 하면 될까요?


그냥... 요새는 내 삶을 그만두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일 쉬워보여서요.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한 여러가지 갈등이 너무 무섭습니다.

내 삶을 그만두면 남겨진 사람들이 갈등을 겪고 고통받을 것이 미안해서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미안함보다 고통이 커질날이 온다면 내가 죽게될 거라는 걸 알아서

자꾸만 미안한 감정만 키워나갑니다.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모르겠거든요.


학창시절이나 백수의 괴로움은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돈을 벌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였는데


직장인의 괴로움은 앞으로 30년을 이렇게 일해야 한다니.

로또나 주식이 아니면 이 책임감과 지겨움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니

라는 생각이 드네요.

살아가는 것은 점점 더 어렵고, 즐거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특별히 더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요?

살면서 이제 나에게 특별한 행복이, 좀 더 나은 삶이 펼쳐질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더 나은 삶이 펼쳐져도 내 마음은 그걸 누릴 생각을 하지 않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갈테니요.

그리고 무엇보다 더 나은 삶이 펼쳐질리가 있기는 할까요?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더 괴롭네요.


아무튼 많은 것들이 너무 절 괴롭게 해서 다시 병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약이나 병원에 대한 큰 기대는 없어요. 그냥 당장을 버티게만 해줬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질거라는 헛된 희망따위 없습니다.

당장의 무기력함과 슬픔 자책에서 조금만 자유롭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이 되면 병원을 알아보려하긴 하는데

정신과들은 대부분 예약제니깐... 언제 예약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다시 병원을 가고 약을 먹고 약의 효과가 돌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저는 무섭습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다 그것마저 실패해서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듯한 불안과 괴로움.



검색기록에 청산가리, 질소가스, 각종 마약 같은 것들로 채워집니다.

자꾸만... 머리속이 불바다가 됩니다.

기름을 들고 산에 올라가 내몸과 주변에 마구 뿌린 후

라이터를 들고있다가 119를 눌러 전화를 걸면서 떨어뜨립니다.

아니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빠져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살고 싶지 않은데 아무도 내가 죽었다는 것을 모르게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더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들만 머리속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이 글이 유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제가 무섭습니다.

혹시 이 글이 유서가 된다면...

어쩌면 지금이 아니라 좀 더더 나중에 제가 저를 죽이게 된다해도,

남겨진 사람들은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죄책감을 가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행복을 위해줬던 많은 사람들에게 내 얼마 있지 않은 행복을 남겨주고 싶은데.

내가 죽으면 내 행복을 위해줬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일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미안합니다.


일단... 오늘은 오늘의 할일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내일은 정신과 예약부터 하겠습니다.

뒷산에서 불지르는 것은

병원 갔다오면 그 때 생각하겠습니다.

이런 글을 쓰게되어 미안합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이전감약중~ Level 32022-03-21
다음자기 재해석 1 Level 3202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