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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듯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상
Level 3   조회수 97
2022-10-30 15:55:48


2020년 12월, 처음으로 찾아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신의학과를 찾아가게 된 계기는,

어쩌면 굉장히 단순하다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유투브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성인ADHD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내 증상과 같다고 여겨서 큰 마음을 먹고 서울의 유명하다고 하는 병원을 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1년 넘게 서울로 병원을 다녔습니다.(저는 지방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최근에 살고있는 지역으로 병원을 옮겨서 다니고 있습니다.


진단 받은 이후로 약 2년이 흘렀네요.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현재는 콘서타 72mg+페니드 20mg 먹고있습니다.


내가 힘든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채 살아가다가

30여년만에 ADHD 진단을 받았을 때 저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이유가 제 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서요.

태어날 때부터 전전두엽에 문제가 있었다는걸... 다소 늦게 알게 되었지만 

더 늦지 않게 알게 되어서 다행이면서도 감사했습니다.


약물 치료의 효과가 있다는 것도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할지라도... 계속 약을 먹을 수만 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았습니다.

실비보험을 2013년에 들어놓고 정신의학과를 다니게 되어서 실비 적용은 안되지만요..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만큼,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약 복용하기

저는 한달에 한번 정신의학과에 가서 간단한 상담을 하고 약물을 처방 받고 있습니다.

병원을 옮겨서 다니다 보니, 첫번째 병원에서도 두번째 병원에서도 느낀 점은 깊이 있는 상담을 하기는 좀 어렵다는 점입니다.

제가 다니는 병원 특성일수도 있겠지만, 병원에 항상 사람이 많고 의사와 상담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인 ADHD라는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약물 처방을 받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2. 상담 받기

그래서 따로 상담을 받고자 여러가지 상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검색을 해보면 상담기관은 참 많았지만, 상담을 받으려면 비용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기본 1회 10만원이상)

그러다 알게 된 제도가 있는데요

-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 만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유형이 A형과 B형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저는 B형으로 선정되어서 상담 받고 있습니다.

 B형은 10회 상담에 본인부담금 7만원, 정부지원금 63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심리상담 바우처 : 이 바우처는 각 지역마다 이름이 다른 것 같은데요. 위의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은 만34세 이하 청년만 가능하고, 30회만 할수있다보니까 저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다 받고나면 이 바우처를 신청해서 계속 상담을 받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현재 주 1회 상담기관에 찾아가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성인ADHD임을 밝히고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3. 운동하기

현재 PT를 끊어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이라 건강을 위해서 시작했는데 비용은 비싸지만 만족중입니다.

몸무게도 6KG 감량했습니다.


4. 관련 서적 읽기

인지행동 치료를 위해서 책을 구매했습니다.

-성인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

-ADHD를 위한 마음챙김 처방

개인적으로는 'ADHD를 위한 마음챙김 처방'이라는 책이 더 잘 읽히고 적용하기에 더 수월하다고 느꼈습니다.


책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삶을 살고 있고 우리의 주의는 끊임없이 다른 방향으로 끌려간다.

이런 끊임없이 움직이는 산만한 생활은 ADHD를 가진 성인에게는 항상, 매우 흔하게 있어 왔다.

산만해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해결책은 하나, 즉 의도적으로 멈추고 자신의 주의를 현재의 순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우리가 이리저리 내몰리고 산만해지거나 딴 데 정신이 팔리는 것에서 물러나 우리의 행동에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 전환, 즉 필수적인 멈춤은 결국 우리가 자동 조정 모드에서 나오게 하는 제동 메커니즘이 된다.

- ADHD를 위한 마음챙김 처방 49P-



5. 명상하기

제가 자주보는 유투버 영상을 많이 활용하고 이외에 명상 음악만 틀어놓고 명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상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습관화가 잘 되지 않아서 최근 명상일지를 쓰기 위해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ADHD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저는 더 나아지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이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아니 때때로는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지거나 힘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ADHD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힘든거야. 지금 상황에서 나는 잘 하고있는거야. 라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서글픕니다.

왜냐하면 제가 ADHD가 있다는 것을 밝힐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진단 받은 이후부터 저는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를 볼때 그냥 보통의 사람이라고 인지하고 있을텐데 괜한 판단이나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고 출근한 회사에서는 하루종일 긴장을 하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최근 가족 중 엄마와 동생에게 오픈을 했습니다.

엄마와 동생은 제가 ADHD라는 사실에 대해 놀라기도 했지만,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ADHD라는 것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앞으로도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진단받기 전에는 전혀 몰랐으니까요)


성인ADHD에 대해 금쪽상담소와 같은 매체에 여러번 다루어지는 것을 보며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성인ADHD에 대해 더 많이 알려지고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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