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의 시작은 자아를 살찌우는 것부터 조금씩일보 조회수 31 2018-01-01 12:39:10 |
제 얘기를 한번 해볼게요.
어린시절, 저는 혼자 교회에 다녔습니다. 민감한 아이로 태어나서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했지만,
저 나름대로도 세상 사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애요. 그래서 그렇게 세월이 계속 흐르면서 제 마음
속에는 절대적인 평화 같은 것들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종교의 영역이지요. 그리고 생면
부지의 어린아이가 가도 초코파이도 쥐여주고 친절하게 품어주는 교회는 가장 사람들이 종교의
영역으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그래서 저도 대학교 처음 교회란 것을 의식하고 제 발
로 뛰어 들어갔어요.
주변을 보면 제 또래의 친구 들도 있었는데 그들에게도 교회는 재미있는 곳이었던 것 같애요.
친구들과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랐고, 선생님도 좋았고, 전도사 님도 재미있었고 목사님 설교는
좀 재미없었지만...
하지만 교회에서 저는 제가 찾던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어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교회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단지 때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혹여 찾았다 하더라도, 신에게 귀의하지 않았을 게 분명합니다. 늦은 사춘기 때, 신에게 귀
의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게 기억납니다. '기독교인이 되고, 신
에게 나를 투신하면, 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녀? 내 맘대로 못 하잖아. 불안해. 신을 어떻게 믿지?
신이 하라는 대로 하기보다 내가 혼자 하면 훨씬 잘할 것 같은데. 아니, 사실 내 맘대로 살고 싶은
걸. 신에게 안 갈 거야. 간다 하더라도 나중에, 실컷 즐기고 난 다음에 갈 거야.' 이렇게 저는 분명 의
식적으로 '자아'를 원해서 '신'을 밀어냈습니다. 니체가 말한 '신을 죽었다'정도는 아니었지만요.
그리고 대학에서 학문, 특히 사회과학 등에 세례를 받으며, 개신교 외에 타종교 그리고 무신론자들
의 공존의 문제에 대해서 씨름하던 중 결국 종교에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렇게 저는 신 대신 자아
를 택한 뒤로 학문, 가치관, 새로운 개념들을 받아들이며 자아를 살찌워갔어요.
하지만 저는 현실이 미천했고, 영특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았어요. 대학교에서 배우는 지적 자질 중
사회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비판적 시선은 분명히 필요해요. 하지만 이러한 지성은 스스로
의 경험과 사고 과정 속에서 스스로 키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입문 강의와
자기계발을 명분으로한 마구잡이식 교양강의, 교양서적의 존경했던 작가들의 의견을 경험으로 검
증하지도, 비판적 판단으로 걸러 듣지 않은 채 맥락 없이 머릿속에 쏟아붓기만 했었죠. 그렇게 만
들어진 가치관과 세계관은 깊이가 없고 경직되었고 어딘가 크게 뒤틀려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세
계관은 흑백논리와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던 병든 제 자아와 결합하여 문제를 증폭시켰죠. 당시 제
가 본 외부세상도 좋은 시선으로는 차마 볼 수 없어서 정말 우울하고 희망을 못느꼈던 때가 많았습
니다.
그리고 사회 구조 등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던 당시의 지식들도 우울한 저에게는 문제가 되었어요.
외부에 욕할 사람이 생기면, 자기 잘못은 보이지 않게 되요. 사회 시스템, 구조 등 외부에 대한 비판
에 몰두하다 보면,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고통스러운 일은 최대한 미루게 됩니다. 저같이 나약한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들은 외부 환경의 어려움을 핑계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려 하지 않기 쉽다는
거예요. 음, 일반화는 피해야 하지만, 당시의 저는 분명히 그랬습니다.
내면의 변화는 결국 '개인'의 몫이에요.
분명 사회 시스템이, 주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고, 또 도와야 해
요. 하지만 진정한 내적인 변화는 결국 개인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삶에 책임을 져
야 하며, 저는 제가 우울했던 것에 책임을 져야 해요. 그 어떤 외적 이유가 있더라도, 그 자리에 선
것은 결국 나의 선택이었고, 그렇기에 그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도 나뿐이었어요. 삶에 대
한 책임을 철저히 자각할 때 비로소 적절한 치료와 외부의 도움, 사회적 지원과 건전한 시스템이
제대로 힘을 발휘한다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새해에는 자아를 살찌우는 좋은 @분들의 새 세상을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