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타 54mg 복용 중. 후각이 예민해졌다. |
내가 지금 먹는 약은 콘서타 54mg. 처음에 먹기 시작할 때보다 용량이 세 배 정도 많은 양이다. 치료를 막 시작했던 12월 초엔 콘서타 18mg로 시작했고, 그 다음은 36mg, 그리고 나서는 바로 54mg로 갈아탔다. 약 먹으면서부터 생긴 식욕부진으로 인한 체중감소는 이젠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후각이 예민해진 건 가끔 날 당황하게 한다. 다음 주에 선생님과 만나면 용량을 45mg로 낮추든지 해야겠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도서관에 가는데, 옆집에서 나는 음식냄새가 갑자기 왜 그리도 역하게 다가오는지. 약 먹기 전이었다면 분명 '아 맛있는 냄새가 나네'라면서 그냥 넘겼을텐데 오늘은 바로 구역질을 했다. 다행히 구토를 한 건 아니었지만.
성당에서도 미사를 보다가 어디선가 음식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우욱. 아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 여자 임신했나 이럴 것 같다. (나 결혼도 안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상처받을 거예요....ㅋㅋㅋㅋㅋㅋ)
의사 선생님께서 그 때 하신 얘기가 이런 거였나? "약 먹고 일상 생활을 하다 보면 스스로 뭔가 예민해졌다는 걸 느끼는 날이 있을 거예요. 그럼 그런 걸 보고 약 용량을 다시 조절할 겁니다." 주변에 있는 ADHD 블로거들에게도 물어보니, 나처럼 후각이 예민해진 사람이 하나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왜 콘서타를 먹으면 사람이 전보다 예민해지는 건지 궁금해졌다.
기분상의 변화는 크게 없다. 내가 기본적으로 밝고 쾌활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요며칠 나에 대해 꾸준히 기록을 하고 관찰을 하면서 느낀 건 예전에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수습을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면 지금의 난 그 때에 비해서 조금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주변에서 보는 나는 어떨지 궁금하다. 예전이랑 비교했을 때 별반 차이가 없는지, 아니면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그들이 봐도 내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지.
기록지에 나와 있는 표현을 빌려서 얘길해 보자면, 예전의 나: 감당하기 힘들만큼 일을 벌이고 기고만장하다, 자신감이 지나치다, 오버한다, 나선다, 설친다. 지금의 나: 기분이 좋고, 즐겁고, 신나고 의욕적이다. 말이나 하고 싶은 게 많고, (바로 위에 쓴 문장보다) 조금 더 의욕적이다. 내지는 기분이 보통이고 편안한 상태. 정도로 바뀐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도 내가 차분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머릿속이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깨끗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잡생각이 없어서 좋다. 예전엔 머릿 속에 개구리가 한 열두 마리는 들어앉아서 누가누가 더 시끄럽게 떠드나 내기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그리고 예전보단 책상에 제법 오래 앉아있기도 하고, 집중력도 예전보단 훨씬 좋아진 것 같다. 실행력도 그렇고. 에이, 미루지 말고 진작에 치료 시작할 걸 그랬다. 그랬으면 지금까지 했던 엄청난 시간 낭비를 안 해도 됐을 텐데.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지.
아, 오늘은 손목시계를 샀다. 저번에 의사선생님이랑 만났을 때 선생님께서 내주신 미션이 세 개 있었다. 바로 스케줄러 활용하기와 손목시계 차고 다니기, 그리고 가급적이면 매일 같은 시간에 그날 기분 기록하기. 스케줄러는 사실 올해 지나고서도 제대로 쓴 건 며칠 안 됐다. 그래도 실행력을 높여보고는 싶어서 어떡할까 하다가 스케줄러 맨 앞에다가 선생님께서 주신 기분 기록지를 붙여두고 매일 기록 중이다. 사실 1월 달에 주신 기록지인데, 1월엔 거의 기록을 안 해서 쓱쓱 지우고 2월 부터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건 안 비밀. ㅋㅋㅋㅋㅋ 그리고 어딜 가든 항상 늦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어서 손목시계를 (맨날 까먹다가 드디어 오늘) 샀고 이동할 때는 가급적 손목시계를 보고 늦지 않게 움직이려고 한다.
담주에 의사선생님 만나면 할 얘기가 많아지겠구나 싶다. 지난 번에는 선생님께서 하라고 했던 걸 제대로 안 하고 가서 괜히 좀 위축되고 이런 게 있었다. 선생님은 딱히 뭐라 하진 않으셨지만. 이번엔 그래도 최대한 미션 클리어하고 기분 좋게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