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0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38 2018-03-20 10:41:00 |
오늘은 추한 글을 써야겠다.
연애도 아니고 썸도 아니고 짝사랑에 불과한 마음이 끝났는데... 마음에 대한 거절도 아니고 그냥 그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그렇게 끝났다. 차라리 밀어내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내가 너무 좋아해서, 그게 부담스러워서 스스로 나쁜 사람을 자처했다기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챙기셨다. 가령 보내준 선물에 대해서 부담스럽다던가, 과제를 정리해 준 것에 대해서 이렇게 해 줄 필요는 없다던가... 뭐 그런 느낌으로 슬쩍 피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거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 연락이 오는 순간은 정해져 있었다. 지각 때문에 교수님께 대신 좀 말해달라, 과제는 다 했냐, 시험내용 혹시 정리한 것 있냐. 이번에는? 자기 부탁 들어주고 10분 있다 내가 부탁할 게 있어서 카톡했더니 3시간을 읽씹하다 영화 보고 계셨단다. 와! 내가 빡빡한 걸까. 나라면 일단 읽은 이상 영화 보는 중이라 좀따 카톡한다고는 하겠다. 그리고 내일 오전 중으로 파일을 보내겠다는 카톡은 내가 짜증나서 읽지 않고 그냥 방을 나갔는데(1대1방은 나간 게 보이지 않는다.) 다음날 오전은커녕 밤 9시가 되도록 보내시지 않더라. 그리하여 나는 당초에 그 분이 부탁한 것은 이러이러해서 안 되겠다고 둘러대고 파일은 그냥 내가 알아서 보냈다고 카톡했다. (내딴에는 빡침의 표현이었는데...미안하다고 한 마디쯤 해야 하지 않나.) 그제서야 나는 이 분이 조별과제를 할 때, 다른 조원들로부터 한 달 전에 받은 파일 발표를 전날 대충 연습해서 하셨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하이고 나는 또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하면, 지금의 일련의 사건들이나 그분의 태도에 관한 것들도 결국 나의 재구성이니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어떻게 연애니 뭐니 해볼 생각이 없더라도,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신뢰는 회복하려면 이거에 대해서 이야기라도 나눠 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누가 좀 그건 지나친 성실이라고, 이왕 멋대로 생각했으면 끝까지 멋대로 생각하라고 해 줬으면 좋겠다. 가령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영화는 정말 당장 끄라고 누가 옆에서 뭐라고 했다던가... 오전중으로 안 보내고 늦는다고 카톡도 안 한 건 오전 중으로 보내겠다고 내게 보낸 그 1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라던가...
...됐다 아이고. 나한테는 시간이 없다.
이래놓고 담주 또 무신경하게 카톡오면... 나는 이제 이 분이 무서워질지도 모르겠다.
이 빡침은 아주 오묘하다. 내가 이 분에게 아무것도 아니란 걸 일러주는 고통과, 조별과제 무임승차자에 대한 열받음이 섞여있다...아 정말 힘들다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