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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걸 알게 된 이후
Level 2   조회수 37
2018-03-29 22:34:06
첫 글에서도 썼지만 사실 @란 걸 알게 된 이후 실질적으로 무언가 바뀐 건 많지 않아요.

약을 먹기 전에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였고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고도의 집중이 장시간 필요하다보니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뿐이라서요. 생활패턴은 좀 더 철저히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약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아마 최선을 다 해도 제가 느끼는 불편함들 대부분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문제들일거라 생각합니다.

 

@라고 알게된 것이 저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을까 가끔 생각해 보고 있어요.

처음에는 전 @로서 제가 느끼는 불편함이 아주 심각하진 않다고 생각했어요.

주의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건 제가 지금 특수한 상황과 환경에 있어서 그런것 뿐이고, 평균적인 기준의 일처리에서 실수가 잦다거나 사고를 친다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든요.

 

근데 @인걸 알고 그 특성에 대해서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제 성격이나 특성 중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전부 @와 연결되어 있단 걸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좋은점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점이나 제가 어려워하는 사회생활 상의 곤란함 같은 것들이죠.

 

어느날은 좀 화가나고 슬퍼집니다.

난 내 @의 문제를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힘들어 했구나. 살면서 너무 힘들고 벅찼는데 이게 다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하루하루 마주치는 사소한 문제들이 너무 벅차서,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봐 무서워서, 사람들과 맞부딪히며 살아가는 동안 필요이상으로 긴장하고 부담스러웠는데 그게 다 이것 때문이었구나 싶어요.

 

전에는 그냥 버틸만한 줄 알았어요. 제 증상이 별로 심하지 않고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서 진단이 늦어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 보면 저는 남들보다 훨씬 힘들었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누구나 이런 건 조금씩 있는데 내가 조금 성격이 특이해서 힘든 것 뿐이라고, 남들도 수월하게 넘기는 거니까 나도 수월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참고 살았던 것 같아요.

 

알고보니 저는 @ 때문에 살면서 굉장히 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겪었는데, 그냥 매번 '난 왜 이러지, 힘들다' 하고 속으로 삭이면서, 알지 못하니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런 문제들을 꾹꾹 속에 눌러담아 왔나봅니다.

 

오늘은 여러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 감정의 정체가 뭘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어요. 눈치를 못챘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힘들었구나 깨닫고 나니까 북받쳐서 눈물이 났습니다.

 

제가 @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그 친구에게도 요즘 그런 얘기만 자꾸 하게 돼서 조심스러워요. 제가 이러저러한 문제들로 힘들다 근데 이거도 @ 때문이래 하고 털어놓는게 그 친구 입장에서는 징징거리는 거로 느껴질까봐.

 

앞으로도 평생을 이런 감정을 혼자서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는 게 좀 무섭고, 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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