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엔 27mg이었지만 아주 조금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고
음...그게 다였어요.
우울증의 나날인 한 주를 마치고 36mg으로 올릴 때 저는 좀 더 깨어있을 수 있었어요.
진짜 약을 안먹으며 살아온 평생 동안은 스스로가 왜 바보 같았는지
머리가 얼마나 잘 돌아가야 남들만큼 돌아가는지 그런 건 죽어도 이해 못했을 거예요.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36을 먹고나니까 매 순간 깨어있는 느낌이 들어요.
아직 좀 바보같기도 하지만 몸이 크게 고생할뻔한 일도 방지해서 뿌듯하기도 했고요.
오늘은 어느 순간도 집중이 되고
에너지 분배가 제대로 되니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몸도 머리도 지치지 않았어요
(이전엔... 거의 매일 낮잠을 잘 만큼 금방 지쳤어요)
주변 사람은 제가 약 먹으나 안먹으나 비슷한 것 같다고 하는데
약발이 떨어진 지금은 몸은 안피곤한데 뇌가 일하기 싫다고 드러누운게 느껴져요.
머리가 묵직하고 돌덩어리 같은 느낌.
신기하게도 이게 제가 매일 달고 살았던 느낌인데도 약을 먹고 효과를 느끼긴 해야
평소에 얼마나 피곤하고 불편하고 무기력한 상태였는지 깨달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내성이 있을지 없을진 몰라요
아마 언젠가 진짜 약을 더 늘려야 할 수도 있고
인지행동 치료/스피치학원/명상/자가치료 등등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치만 제가 스스로 변했다는 걸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습니다.
아마 @분들이 안계셨다면 치료를 받으면서도
스스로 얼마나 변했는지 깨닫기 조금 더 어려웠을 거예요.
혼자서는 자신의 변화를 깨닫는다 해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자꾸만 스스로를 의심하였을테니까요.
본디 제 자신의 일기는 다 지우는 타입이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방황하다가 새로 들어올 @를 위해
치료기는 꼭 지우지 않고 남겨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