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왔지만 특별히 누군가에게 편히 기대본 기억은 없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화목하고 풍족한 가정에서 태어나 복 받았으니 부모님에게 감사하라고 하였다.
그치만 아무도 내가 가장 힘들 때 제대로 지켜준 적은 없었다.
기억은 안나지만 초4 때 부터 괴롭힘 때문에 엄마한테 학교에 가기 싫다고 그랬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기로는 초 6때의 부모님과 선생님의 태도였다.
당연히 그 나이의 아이가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으면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태권도를 배워 날 괴롭힌 애를 때리라 하고... ㅡㅡ;
담임 선생님은 내가 용기를 겨우 내어 괴롭힘 당한다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들은 척도 안하다가
날 괴롭힘 아이들에게 단체로 사과편지를 쓰게 하였다.
당시 제대로 된 사고체계를 갖추지 못한 나였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는 생각은 안했다.
나는 매일매일 보건실에서 울었었고 보건 선생님도, 다른반 선생님도
내가 괴롭힘을 당해서 슬퍼하는 건 알고 있지만 아무도 날 도와주려고 나서지 않았다.
나는 그 때부터 어른들이 날 도와준다는 믿음 따윈 갖지 않기로 했다.
물론 이후로도 좀 더 가족들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데여서 지금은 완전히 기대 같은 건 저버렸다.
사실 나는 누군가를 기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어서 사람을 쉽게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내가 혼자 김칫국 마실 일은 추호도 없으니 마음의 거리를 두는 것 만큼 편한 일은 없어졌다.
아마 그때의 일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 거라 짐작한다.
이후에는 고등학교 때 내가 슬프거나 우울증 걸릴 때 꽤나 울어서 부모님은 하나같이
나에게 자꾸 울지 말라고만 하였다.
대체 자꾸 울지 말라고만 하는 거냐고 까닭을 물으니
내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다고 하셨다.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그냥 내가 우는 게 성가셔서 그렇게 말한 거란 생각은 든다.
그치만 그 때는 내가 내 가족들에 비해서 너무나 많이 운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순두부 멘탈이구나 싶었다.
특히나 아빠나 오빠가 운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엄마나 언니가 운 것을 본 것도 세 손 가락 안에 꼽았으니까.
그래서 진짜 내가 나약하고 눈물 많고 힘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원래 사는 것이 그냥 이런 건 줄로 알았다.
솔직히 나 뿐 아니라 우리 가족들도 이곳 @공들도 나 같이 어딘가에 편히 기대지 않는 사람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기대야 할 곳이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은 한다.
나는 지금은 기대는 것이 전혀 익숙하지 않고
기대려고 하면 다들 가시를 세우거나 날 슬그머니 피할 것만 같아서
그냥 기댄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겐 불안감을 주기 때문에 이젠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나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털어내고
공감되는 많은 경험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생겼으니까.
이미 이것만으로 편하게 쉴 곳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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