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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4
Level 4   조회수 31
2018-04-24 15:14:49
몇번씩이나 '아 아니다'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그 사람의 '우선순위'를 느끼게 하는 순간들.

원래 다들 그렇게 사는 건데 괜히 내가 마음을 품어서 나쁜 사람 만드는구나 싶은가 하면

기본적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또는 해 준 만큼의 보답으로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들이 또 주변에 많았다.

도와준 만큼 스스로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드는 A씨를, 좋아까지 했으니, 당연히 이렇게 된다.

나는 직감을 잘 믿지 않아서 이때까지 그 '아니다'하는 감각을 무시했지만 이제는 아파서 방법이 없다.




모두에게 해 주는 서비스라도 고맙게 여기고 집까지 차를 태워준 분들이 있었다. 내가 책을 넣고 가기 때문에 40분쯤 더 기다리셔야 하는데도 말이다. 반면 A씨는 기다리는 것은 고사하고 프린트만 좀 나눠달라고 내미는 것을 자기 것 한 장 챙겨서 가시더라.




부탁하지 않아도 시험기간 공지하는 동안 행사에 갔으니 모르지 않느냐며 시험범위를 알려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내가 없는 동안 그 분은 하루 나 대신 반장으로 일해주셨다. 감사해서 나는 교수님과 쇼부해서 그날 수업시간을 단축시켰다. 비용이 3만원 정도 발생했지만 아깝지 않았다.

반면 A님은 시험기간 관련 프린트를 부탁하시더니(까먹을까봐 알람 리마인딩까지 해서 아침 6시에 메일을 보내고, 8시에 카톡으로 확인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하루 내내 카톡도 읽지 않고 메일도 읽지 않고, 짜증나서 내가 나중에 메일 발송을 취소했더니 다음날에 자기 폰이 맛이 갔었다며, 메일함에 메일 온 것을 봤는데 없어졌다고 다시 보내 줄 수 있느냐고...

...자기가 부탁해서 메일이 왔으면, 적어도 그걸 그날 안에 고맙다는 말 한 마디 답장을 했으면 하는 것이, 과한 바람일까. 얘 짜증났구나 싶어서 뒤늦게 미안하다고 해 봐야, 그렇게 공허한 것이 없다.

나는 약속을 해도, 무슨 계획을 세워도 자주자주 까먹기 때문에 정말 필사적으로 챙긴다. 리마인딩을 건다. 나는 기억하려고 해도 자주 잊으니까. 거의 맨날 잊으니까. 그러고도 까먹고 사과하고 다닌다.

그래 그렇지. 내가 노력하는 것은 내가 노력하는 것이고 그걸 이 사람한테 요구할 수는 없는 거겠지.




매번 넣는 그 책 기다려서 같이 넣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보답에 대한 보답인데 고맙다고, 잘 먹었다고 카톡 한 번 하는 분이 계셨다.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밉지도 않았겠지만.

나는 어쩌면 지금 예의라는 핑계로 보답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뒤죽박죽 섞여있다. 이제 그만 이러고 싶다.




참 나날이 흑역사를 갱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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