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나의 노래 -1- 카와 조회수 27 2018-05-28 00:40:42 |
https://www.youtube.com/watch?v=xxQ0zic6DJI
내 어린날 앗아간 이 병은 도저히 낫지를 않아요 나았다는 소문도 내겐 상관없나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하는지
무던히도 아파했고 무던히도 울었던 나의 얼굴과 맘에 새겨진 주홍글씨 빨간, 시들지 않는 꽃이여 이젠 내가 너를 받아들일게 - 커피소년 '여드름' -
생각해보면 커피소년을 알게 된 건 그 때 였다. 전역하고 새로 만난 애인을 만나러 가던 기차 안, 우연히 들은 커피소년의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다. 군대에서 많이 고생하면서 꽤나 건조해진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나의 감성을 다시 자극시킨 건 달달한 사랑노래나 쿨한 이별노래가 아니라 날 것 같은 느낌의 찌질한 감성- 바로 그것이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 들은 이 노래 '여드름'은 너무나 여리고 부숴질 것 같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이 노래를 처음 듣고, 또 들었다. 마음이 아팠고 어린 시절의 '나'가 떠올랐다.
나의 무엇이 그렇게 부끄럽고 무엇이 그렇게 싫었을까..?
어린 시절의 나는 나의 여드름, 그 왠지 모를 부끄럽고 부족한 모습들을 남에게 보여주지도, 스스로 안아주지도 못했다.
영영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여드름'은 어느 날 문득 다시 내 옆에 있었다. 그렇게 새롭게 생겨난 여드름은 예전의 그 것처럼 치료되거나, 때가 되면 자연히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히곤 했다.
노래를 여러번 들었지만 끝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던 한 구절 "이런 날 사랑해" 얼굴과 마음에 주홍글씨를 새긴 채 스스로를 마주하지 못했던 나의 자화상.
못나고 미웠던, 그래서 인정하기 싫었던 모습까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것이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닫는데 20대를 보낸 것 같다.
남들은 성인이 되어 곧 잘 깨우친 이러한 사실들이 나에게는 모두 막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듯 나의 시간은 항상 남들보다 느리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다. 그래서 나는 '커피소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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