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되어간다? 아침 조회수 47 2018-07-08 10:24:41 |
내가 adhd라는 걸 인지하고 약을 먹기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3년 전 쯤까지 나는 화도 잘 낼 줄 모르고, 좋고 싫고의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게 약 덕분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인지
요즘은 좋고 싫고가 확실해졌다.
분노도 느낄 줄 알고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할 수 있다.
(사실 상대적인 평가다. 남들 눈엔 아직도 투미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그때그때 감정이 잘 변하고 분노를 잘 참지 못하는 걸 adhd 특징으로 여기는데
나는 좀 다른 성향을 많이 갖고 있던 것 같다. 감정이... 별로 없었다.
뿐만 아니다. 약 먹은 뒤로 '물건 사기'도 한다.
충동구매? 과소비? 저지르고 생각하기?
나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너무 신중을 기해서 탈이었다;;
내가 옛날사람(?)이라서 이런 거 같진 않다. 내 또래도 쓸 건 쓰면서 살았고 명품족도 많다.
돈을 너무 안쓰고 살아서 남편이 답답해하기도 했는데
이건 그냥 우리집의 가족력 같다. 온 식구가 비슷.. 별로 갖고싶은 게 없...
암튼 이제는 제법 충동구매도 한다.
남편이 제일 놀랐던 게 작년 이맘때쯤 내가 아이패드프로를 구입한 것~
동영상 작업을 해야하기에 과감히 지른 건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만원 쓰는데도 심사숙고하던 내가 거의 100만원짜리를 갑자기 사다니.
(중고나라에서 몇날 며칠을 검색해서 가장 저렴한 걸로 샀다는 게 함정)
평소 자기만 물건을 사는 것 같아서 자책감 비스무리한 걸 갖고있던 남편이 내가 아이패드프로를 사자 얼마나 기뻐하던지.
이런 내가 에이앱을 만든 것도 사실 기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내 지인들이 알면 놀라 까무라칠 일ㅎㅎㅎ
물론 차분님과 함께 만든 것이고, 차분님의 추진력 덕에 여기까지 온 거지만 말이다. 나 혼자면 당연히 못했다.
요즘 에이앱 개편을 하면서 돈 들어갈 일이 생기고 있는데
이것도 과감히 지르고 있다ㅎㅎ
다음카페에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다.
그전엔 소심이 그 자체였는데 이젠 큰소리도 낼 수 있고 뭔가 과감해졌다고 하는 분들.
무채색 옷만 있었는데 컬러풀한 옷을 구입하고, 충동구매로 29000원짜리 원피스를 샀다고ㅎ
아직도 adhd하면 과잉행동 쩌는 것만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저런 케이스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adhd약은, 너무 올라가 있는 사람은 조금 내려주고, 너무 내려가있는 사람은 끌어올려주고 하는
한마디로 사람 같은 사람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자연스런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것.
(어쩌면 약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이 들어가면서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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