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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뭘까요
Level 2   조회수 33
2018-07-08 09:04:22
제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계속 똑같은 채로 몇 달을 보냈더니 친구가 그러더군요. 병원을 바꿔보라고요.

뉴로피드백을 일단 20만원 카드로 결제했으니, 이번 달은 다녀야 할 것 같고,

일단 다른 병원에 가 보기로 했어요. 에이앱에 나와있는 병원 목록 중에 강남에 있는 00 병원에 전화를 했죠.

제가 ADHD 진단을 받았는데, 약을 먹어도 별 차도가 없어서 병원을 옮기고 싶다고요.

새 병원의 직원분이 복용중인 약도 함께 가져오시라고 했어요.

새 병원에 도착해서,

제가 복용중인 약을 제출한 후에

또 다시 심리 검사와 두 가지 종류의 테스트를 하고, 의사분과 상담을 시작했죠. (내 돈 TTTTT)

저의 상태에 대해 말 했어요. 4번이나 짤렸다고요. 의사분은 심각한 거라면서 계속 얘기해 보라고 했어요.

다 얘기했어요. 지시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부터해서...

그런데, 의사분이 그러더라구요.

제 검사결과(1~10까지의 숫자가 3자리~7자리까지로 만들어진 것을 듣고 그것들을 거꾸로 입력하는 것 ex} a) 3,1,9 -> 9, 1, 3  b) 2,5,9,3,1,6,2 ->2,6,1,3,9,5,2 ) & 1~10까지의 숫자를 10분동안 하나씩 계속해서 불러주는데 그것을 들으면서 3이 나올 때마다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의 그래프가 다른 ADHD환자들과는 다르대요. 그러면서 다른 ADHD환자들의 그래프와 제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비교하는데, 정말 다르더라구요.

다른 ADHD 환자들은 초반에는 3이 나올 때마다 바로 마우스를 클릭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급속히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3이 나올 때 거의 마우스를 클릭하지 못하는 그래프였거든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고르게 3이 나올 때마다 바로 마우스를 클릭했어요. 거의 만점 이었어요.

그리고,

1~10까지의 숫자가 3자리로 만들어진 것, 4자리로 만들어진 것, 5, 6, 7자리로 만들어진 것들을 들려주면 그것을 거구로 만들어서 입력하는 검사결과도 거의 만점 이었구요.

 

의사분은 제가 ADHD가 아니라고 했어요. 오 마이 갓.

그럼 제가 뭔가요? 하고 물으니,

제가 말한 내용이 ADHD의 증상이 맞지만, 그래프상으로 보면 결코 ADHD가 아니라고 했어요.

잉?? 이게 뭔 소리야..

그래서 제가 '그게 무슨 의미예요?' 하고 물으니,

일단 일주일 치 콘서타를 처방해 주겠대요. 그래서 만약 이 약을 먹고선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느끼면 ADHD가 맞는 거고, 콘서타를 먹어도 증상이 똑같다면 ADHD가 아니라고 했어요.

콘서타는 ADHD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복용해도 아무 증상이 없대요.

전 너무 충격을 받았죠.

전 다니고 있었던 병원의 원장님을 신뢰하고 있었거든요.

내가 ADHD가 아니면 뭐지?

나는 왜 4번이나 회사를 짤린 거지?

나의 병명은 도대체 뭐지?

 

정말로 미궁속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의사의 오진 때문에 내가 ADHD 환자가 되어버렸다는 말인가..

 

그럼 내 병명은 뭐지? 왜 자꾸 잊는 거지?

 

전 새로운 병원의 의사분께 질문했죠.

그럼 저는 왜 4번 짤리는 건가요? 왜 상사의 지시사항이 머리 속에서 종합이 되지 않아서 output이 그토록 엉망인거죠? 제 MRI 결과도 머리상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는데요?

그렇지만 그 의사분도 딱히 정확한 대답을 주지는 않았어요. 일단 콘서타를 복용해 보자고 했어요.

 

아.

그래서 전 지금 이틀째 콘서타 복용중입니다.

딱히 달라진 건 잘 모르겠구요.

어제 친구가 자기가 한 번 도와주겠다며, 자기가 지금부터 저에게 부탁할 내용을 10가지 적어줄테니 그것을 외우고 자기한테 10가지가 뭔지 말해보라고 했어요.

고양이 목욕시키기, 진공청소기 돌리기,  등등으로 된 10가지 할 일 목록이요.

저는 외웠을까요?

 

 

네. 1개 빼고 다 외웠어요.

 

 

지금 다시 한 번 외워 볼까요? 왜냐하면 방금 전에 약을 먹었기 때문에요.

(순서 상관없이)

  1. 고양이 목욕시키기

  2. 일요일 홍대 태국음식점 같이 가기

  3. 세탁기 돌리기

  4. 빨래 널기

  5. 진공청소기와 걸레로 방 청소하기

  6. 설거지 하기(확실하지 않음)

  7. 엄마에게 전화하기

  8. 지갑에는 현금을 늘 가지고 다니기(카드만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비상시에 현금을 못 쓰니까)

  9. 운동하기(러닝머신) (확실하지 않음)


아.. 9가지가 생각나네요. 그 중 2가지는 확실하지 않고요.

확인해 볼게요

  1. 고양이 목욕시키기 (O)

  2. 일요일 홍대 태국음식점 같이 가기(홍대O, 태국음식 X)

  3. 세탁기 돌리기 (O)

  4. 빨래 널기(X)

  5. 진공청소기와 걸레로 방 청소하기(O)

  6. 설거지 하기(확실하지 않음)(X)

  7. 엄마에게 전화하기(O)

  8. 지갑에는 현금을 늘 가지고 다니기(카드만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비상시에 현금을 못 쓰니까)(O)

  9. 운동하기(러닝머신) (확실하지 않음)(X)


아..

우유,커피사기

10개의 영단어 외우기

xx공부하기

3가지를 잊었네요.

태국음식은 아니었으니, 3.5개를 잊었네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제가 맞춘 7가지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제가 친구네 집에 있을 때 주로 함께 같이 하던 것들이어서 쉽게 추론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오늘은 아예 처음 듣는 정보 10가지로 문제 내달라고 해봐야겠어요.

 

저는 ADHD일까요 아닐까요? 정말 저도 궁금합니다. 일주일 혹은 이주일 있으면 판명이 나겠죠?

만약 제가 ADHD가 아니라면 무슨 병명일까요?

뭘까요 전?

 

약간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네요.

 

왜 저는 상사의 지시사항을 제대로 못 따라하는 걸까요? 대체 왜일까요?

참고로 전 제일 처음 MRI를 찍었었던 병원에서는 기억력이 '우수하다'라고 판정받았습니다.

 

제 머리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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