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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오셨다.
Level 3   조회수 40
2018-08-14 17:52:52

일요일 밤 8시 30분경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곧 2시간안에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한다고 말이다.

예전 지인들과 2차를 시작하려던 순간에 술맛이 사라졌다.

젠장 ㅜ 집도 안치우고 아맞다! 혹시 더러운 머리카락과 바닥에 쌓인 먼지들!!!치워야하는데 발을 동동구르다 모임사람들에게 죄송하다 하고 집으로 무작정 뛰어왔다.

서둘러 언니에게 전활 걸어 이야길했다.

비상사태라고! 주말이라 약도 안먹었고 혼란스럽고 분주하게 집에 도착해서 집을 치웠다.

사실 뭐부터 치워야할지 몰라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를 했다. (평소에는 언니가 이거 치워라 저거 치워라 명령?을 내려준다)

얼굴이 살짝 벌게진 상황에서 아버질 맞이하러 언니와 강변역으로 갔다.

언니는 아버지께서 전활 안받는다고 했다. 나도 걱정되어서 여기저기 아빠!!!하고 소릴 지르니깐 언니가 갑자기 왜 소릴 지르냐고 혼을 냈다. 아니 참 그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11시 밤을 훌쩍 넘겨서 연락이 안되는 아버질 언니와 터미널 여기 저길 찾아다니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때 언니가 슬슬 폭발할 시점에 내가 농이라고 만약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다면 우리가 이런 심정일까 ㅎㅎ 이렇게 건네자 (지금 되돌아보니 적절하지 못한말이였다. 약도 안먹고 술이 덜깬 상태여서,,) 언니는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다 아버지께 연락이 왔고 여태 배터리가 없어서 끄고있다가 이제서야 전활 걸었다고했다.ㅎㅎ

어머니께서는 이런게 꼭 나랑 비슷하다고 카톡방에서 소식을 듣고 한숨을 쉬셨다.(사실 오전부터 연락이 잘되지 않아서 정신 빼먹고 사는 나 빼고 가족들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다)

원래 아버지는 설악산을 혼자 등반하시다가 설악산에 정상에서 라면을 먹을 계획이였는데 안팔아서 굶줄인 배를 안고  서울에서 우리랑 밥을 먹겠다고 오신거였다.

우열곡절 끝에 아버지와 상봉했고 지하철 막차가 끊겨서 택시를 타고 우리 동네 근처에 곱창집을 갔다.

아버지께 고속버스 좌석에 연결 잭만 있으면 폰을 충천시킬수있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께서는 허허 웃으시면서 몰랐다고 했다.

다음날 점심을 아버지와 신사역부근 스시집에서 밥을 먹고 헤어졌다.

아버지의 남은 일정은 서울서 아는 사장님을 만나고 또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기로 예정되었는걸로 알고있었는데 저녁 6시쯤 가족 톡방에서 아빠가 서해안에서 사각팬티만 있고 수영을 하고 있다는걸 접했다.

나는 알바갈 준비를 한다고 아버지께 연락을 못드렸지만 무사히 집에 도착하시길빈다.

아버지가 @인지 아닌지는 판정을 받기 전까지 단언할수없지만 (단언하고싶다.) 아버지의 그러한 점을 좋아한다.

 나도 충동적인 행동이 성인이 되가면서 서서히 줄여지고 있지만 여전히 딴 세상에 정신을 팔아버리고 즉흥적으로 하루를 때워버릴때가 있다.

지금에서야 내 병명을 알고 과거를 돌아보니 모험과 방황을 구분하게 되었지만 재미나고 자극적인것들이 후딱 지나가버린 하루를 보내며 이게 청춘인가? 하고 착각할때가 많았다.

당시 클럽이나 파티에 미쳐있었던게 아닌데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것에 대한 두려움, 어차피 오늘 일정 망했는데 기분이나 풀자!!등 충동이 들면 택시를 타고 이리저리 서울의 밤으로 내 불안을 잠재울려고했다.

딱히 남는것도 없고 그렇게 알게된 지인들과 길게 관심도 가지도 않고 단순히 [뭐하고 있는거지]에서 오는 현타가 아니라 [뭘해야할지 몰라서] 유흥에 자꾸 넘어가게되는거였다.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는 삶이 너무 벅찼다.

나는 어른이고 무엇이든 할수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다는데 선택하는것들이 다 즉흥적이였다.

그저 클럽이나 파티를 가는게 문제가 된다는게 아니다.

정리가 안된 삶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자꾸 시끄럽고 자극이 가득한 공간으로 일을 미루기 바빴고 어차피 까먹고 실수하는거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삐딱한 시선과 무엇이든 해내지 못한 나에 대한 혼란이였다.

누구나 젊을때 이러지않나? 나도 그러는 중인가? 예술적 감성으로 받아드려야하는걸까? 고민을 하다가 올해들어 그런식의 자기파괴적 삶은 절대 청춘의 특권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래도 약먹기전까지 자꾸만 까먹고 즉흥적으로 하루를 버리곤했다.)

왜냐면 나는 내 의지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삶이 두렵고 어떤 관계에서도 내 의견을 잃어버리는것이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알고있다.  내안의 깊지않은 반쪽짜리 경험들로 이루어진 삶으로 내가 만들어졌다는걸

@인지 몰랐던 순간에도 내가 추구하는 내 모습이 있구나 느끼면 앞으로의 방향이란게 보인다.

매 삶이 긴장과 혼란의 연속이다. 어쩌겠냐 그래서 남들보다 여유가 없어 성장이 더디겠지만 더 성장하고 싶다.

(+ @판정을 받고 약을 먹고있는 지금도 계획을 세우는게 두렵다.

하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고 시간별로 계획은 힘들지만 하루해야할 목표치는 요란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오늘 알바에 잘리는 꿈을 꿨서 잘리는가 싶었는데 아직 안잘렸다. 놀랍다. 하지만 언제간 잘릴것이란걸 알고있다.

나는 또 실수를 할테니깐...

알고 있는걸 자꾸 실수하는 고장난 뇌와 산다는건 정말 안타까운일이다.

내가 받아드리기도 벅찬데 주변사람들까지 말려드니 자괴감은 뗄수없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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