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씨가 되어버렸어요 장마 조회수 26 2018-09-09 16:40:54 |
#1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속에서 잠들었다가 다시 깨기를 반복하네요. 그게 한가할 때는 모르다가도 바쁠때는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큰 행복이에요.
#2
일어나서 잠 좀 깨려고 유튜브 좀 이불속에서 봤어요. 나는 자연인이다를 봤는데.
곱등이 밥을 해먹는걸 봤어요. 그 외에도 고라니 생간을 먹거나 며칠지난 생선 대가리(시장에서 손질하고 버리는)를 카레에 넣었어요.
보다가 보기 힘들어서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어요.
가재에서 연가시가 나오는 꿈을 꿨어요. 꿈이 보통 흐릿하고 무감각하게 느껴지는데 자기 직전에 이런걸 봐서 그런가 흉측함이 너무 생생했네요. 손바닥과 발바닥이 따갑다고 느끼다가 이불속에서 깼네요. 짜증나서 다시 자다가 교회를 가는 약속에서 늦어버렸네요.
#3
교회라는 곳은 참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잘생기고 예쁘셔! 그리고 너무 착해!
#4
톨스토이의 책을 읽고 교회에 가고싶어져서 갑자기 약속을 잡아서 갔네요. 그리고 다시 오고싶진 않았어요.
#5
최근 읽는 책은 나보코프의 [말하라, 기억이여] (Speak, Memory)-울림이 되게 멋져요.
금수저중의 금수저라는 느낌이 팍팍드는 자서전입니다. 집사 이야기도 많고 어디 놀러가고 취미는 나비수집. A는 무슨 색, B는 무슨 느낌. C는 무슨 느낌. 프랑스어와 러시아어와 영어에 통달했던 천재.
유년의 기억은 어른이 재구성하는 순수함이다. 그리움이 재구성하는 콜레트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저편에만 있어 한 번도 자라본 적이 없는 아이이다. 해변의 바람에 팔랑거리는 모자 밑 나선형 갈색 머리, 보드라운 팔뚝의 푸른 멍, 연약한 목덜미의 모기 물린 자국. 한때는 실제했던 시간 저편 기억의 편린들은 순수를 지향하는 그리움으로 언제나 더욱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대충 어디서 아무거나 퍼온 글귀에요. 나보코프스러운 느낌이에요.
책에서 재밌던 에피소드는
나비 수집하려고 나보코프가 나도는데 40대, 50대 아저씨가 나비채를 들고 나도는걸 보고 사람들이 쳐다보고, 차는 경적을 빵빵울리며 비웃고, 경찰들은 이 사람이 스파이가 아닌가 의심을 하여 한 뚱뚱한 경찰관은 30M가 넘는 풀숲이 다 꺽이도록 기어와서 이 사람을 염탐하고, 해안 경비대는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비채로 자신을 포박하려고 하고.
글이 감각적이고 유머스러워서 문장을 직접 인용해서 쓰면 재밌을텐데. 싶네요. 황무지에서 나비를 쫓다가 말이 2KM가 넘도록 쫓아왔다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웃음이 나오게 했어요.
글이 아름답고 감각적이에요. 김훈처럼 글 자체가 아름답다고 느꼈던 작가에요. 전 언젠가 롤리타를 3번 읽은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 라고 말해보고 싶어요!
레프 톨스토이-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스러운 책입니다. 이건 책이 옆에 있으니 몇 문장을 인용해서 써보겠습니다.
「'세상에, 사흘 밤낮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나서야 숨을 거두다니! 사실 언제든,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나한테 똑같이 닥칠 수 있는 일이잖아.'
이런 생각이 들자 순간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어찌 된 조화인지 거의 동시에
'이건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지 나한테 일어난 일이아니야. 나는 이런 일을 겪을 리도 없고, 또 나한테 일어날 리도 없어.'
라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 그를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
사실 그녀는 지금처럼 남편이 사망한 경우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진짜 속셈은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국가로부터 더 많은 돈을 뜯어내겠다는 것이었다.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잠시 고심했지만 이내 귀찮아졌고 예의상 애꿎은 정부의 인색함만 탓하며 아무래도 더 이상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미망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고, 이제 어떻게 하면 이 방문객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 궁리하는 눈치였다.」
솔직히 냉정한 사실주의적 묘사에 기초한 문학적 우수성 이딴건 모르겠고
그냥 재밌어요. 문학적 희열 뿐만 아니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도 드는 작가입니다. 글도 읽기 편하고요.
중세의 가을-요한 하위징어
중세의 분위기를 느끼는데 이만한 책은 없을거에요.
『세상이 지금보다 5백년 더 젊었을 때, 모든 사건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선명한 윤곽을 가지고 있었다.
...
샤를 6세는 무외공 장은 아르마냐크 인들에 맞서 싸우게 되었다. 국왕이 외국 땅에 나가 있는 동안 파리에서는 매일 행렬 행사를 벌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의회의 의원이든 가난한 시민이든 행렬에 참가한 인간들은 모두 단식을 했고 맨발이었다. 사지를 온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촛불이나 횃불을 들었다. 사람들은 행렬에 참여하거나 구경할 때 언제나 울면서 눈물을 흘렸고 엄청난 신심을 발휘했다. 그 두달 기간 내내 장대비가 쏟아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순회 설교자들이 나타날 때마다 약 6천명의 파리 사람들이 토요일 저녁에 도시를 떠나 들판에서 날밤을 새운 이유가 다음날 있을 설교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던가. 최후의 심판, 지옥불의 고통, 주님의 수난에 관해 설교를 할 때마다 청중들과 엄청 울고 그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잠시 설교를 중단한다던가.
글이 어렵지도 않고 읽기 편해서 좋았네요.
#6
사실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힙스터해요!!
너무!!
#7
잠에서 깰 때마다 찬바람이 불어와서 좋아요. 차를 마시기 좋은 날씨에요. 차 한잔을 홀짝거리며 책을 읽고 있네요.
#8
장르문학쪽은 어지간한건 다 읽어서 외국 작가쪽을 파보고 있어요. 김용의 의천도룡기를 한번 읽어보려고 해요. 중국 무협 작가는 처음이네요.
#9
레몬청을 인터넷에서 꽁짜로 받았어요. 손편지가 한장 있었어요.
'항상 따뜻하지만 때론 시원한 차와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어이가 없을 정도의 착함에 웃음이 나왔어요. 보며 행복해지는 기분이라 책상 한 구석에 놓아두고 웃고 있어요.
#10
수면제 쳐먹고 새벽 5시에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메세지를 보냈어요. 그동안 저 같은 놈이랑 어울려줘서 고맙다는..
아..
아아..
하루종일..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