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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Level 2   조회수 31
2018-10-11 12:34:10
p46

나는 전체회의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늘 감탄한다. 전체회의는 우리학교의 일상과는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룬다. 우리 학교의 평상시 분위기는 마치 과열된 분자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는 핵을 중심으로 흥분한 전자들이 춤을 추는 형태와도 같다. 또는 버몬트에 셰이커 마운틴 학교를 창립한 제리 민츠가 언젠가 말했듯이, "러시아워의 뉴욕 중앙철도역"이다. 민츠는 그 넓은 역사를 천정에서 내려다보면 겉으로는 드러나는 혼돈과 달리 속은 상당한 질서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고, 궁극에는 다들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리탈린파 아이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해보면, 교육가겸 저술가 조지 데니슨의 말이 정확하다는 확신이 들것이다. 데니슨은 저서 "아이들의 인생 The lives of Children"에서 "진정한 질서의 원칙은 사람 내면에 있다"고 말했다. 리탈린파 아이들의 질서는 단정함이나 정연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대개 자기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주고, 자기만의 논리를 따르도록 믿어주면, 아이들은 반드시 목표를 성취한다.

p74

예를 들어 미국 정신보건 연구소 임상뇌장애 부서의 선임연구원 폴맥린은 뇌구조에 대해 세개의 층위가 서로 감싸고 있는 형상을 띤 이른바 '삼위일체' 모델을 정립했다. 맥린은 세 층위 중 중앙에 자리 잡은 부분을 '파충류 뇌'라고 불렀는데, 이 부분은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여 생존을 돕는 기능을 한다. 파충류 뇌를 둘러싸고 있는 '감정의 뇌'는 감정과 면역체계를 포함한 내부 환경을 감시한다. 그리고 가장 바깥에 있는 층위를 흔히 '신피질'이라 불리는데, 다른 두 층위로 부터 정보를 받아 전반적인 성장 및 생존 전략을 계발하낟.

맥린이 삼위일체 모델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인지 및 기억력을 관장하는 신피질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의 뇌가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 밝혀졌다. 파충류 뇌와 신피질 사이, 즉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은 감정의 뇌는 다른 두뇌와 끊임 없이 소통하면서 우리에게 자의식과 현실감각을 심어주고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경험에 연속성을 부여한다. 또한 옳고 그름의 차이, 거짓과 진실의 차이를 알게 해주는 것도 감정의 뇌일 가능성이 높다.

보다 최근에는 심장 신경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나온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감정의 뇌가 심장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장은 혈액을 순환시키는 것보다 더 많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심장의 60에서 65퍼센트는 신경세포로 구성되는데, 이 신경세포의 구조는 뇌세포의 구조와 유사하다. 따라서 심장과 감정이 은유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종전의 믿음과는 달리, 심장은 실제로 우리의 감정적 경험을 가능케 하는 신경학적 근원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심장과 감정의 뇌가 전반적인 정신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공동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데미안 같은 아이들만 보더라도 우리는 내면의 감정상태와 외면으로 표출되는 사고 및 행동 패턴 간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 데미안은 이후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이 미쳤을까봐 두렵다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데미안의 감정세계는 자기만의 내면적 논리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은 데미안이 아주 어릴 때 극단적인 형태로 파탄이 났고, 아이는 지금도 여름방학중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생부와의 접촉이 없는 상태다. 데미안의 삶에 아버지는 여전히 중요한 존재지만, 아버지에 대한 아이의 감정은 늘 모호하다.

P96

아이들은 저마다 길 안내 시스템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카알의 경우, 여덟 살의 어린나이에도 지난 3년 동안 다닌 학교가 자기한테는 맞지 않기 때문에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직감했다.~

현대 서구사회는 내 안에서 길을 찾는다는 개념에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내적 인도를 믿는 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인은 사람마다 내면에 인생의 목표를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멘토겸 나침반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고, 이를 '다이몬'이라 불렀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설때면 다이몬이 실제로 자신에게 말을 건다고 믿었다. 로마인도 다이몬과 비슷한 개념을 본따서 '게니우스'라는 존재를 믿었는데, 기독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개념을 '수호천사'라는 형태로 풜씬 더 축소 시켜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카알 융의 계보를 이은 심리학자 제임스 힐먼 역시 다이몬의 존재를 믿었는데, 힐먼은 저서 '영혼의 코드 The Soul's Code'에서다이몬의 개념에 살을 붙여 '도토리 학설'을 만들어 낸다. 이름만 들어도 짐작이 가는 이 도토리 학설을 설명하자면, 도토리가 그 안에 완전히 자란 떡갈나무를 품고 있듯이, 모든 아기는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안에 완전히 실현된 자기 운명의 내적 이미지와 이미 정해진 인생의 목적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힐먼의 학설은 모든 아기는 '타불라라사' 즉 백지 상태로 태어나 환경에 의해 빚어지고 길러진다는 로크의 학설과 대조된다. 힐먼은 아이의 발달을 마치 방금 조립되어 나온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처럼 보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모든 아이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고유의 프로그램이 이미 내장되어 있으며, 아이의 발달은 결국 그 프로그램을 아이 스스로 발견하고 풀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이몬과 유사한 내적 원칙이 아이에게 원동력과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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