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9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24 2018-11-29 16:26:35 |
#1.
슬픈 시가 왜 힘이 되는지 힘을 받으면서도 모르겠다.
꿈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황인숙 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2.
구글링하다 눈에 띈 일본어 버전 (우주배경 뭔데...)

한국어 버전의 묘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내 일본어 수준이 낮아서인지 모국어가 아니어서인지 일역 수준의 문제인지...
(모르겠-더니를 わからなかった-のが로 번역한 부분이 너무 느낌을 죽이는 것 같다. -더니는 한템포 쉬면서 끊어주는 느낌인데 のが는 꼭 설명하듯이 이어붙이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더니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일본어로 살려보라고 하면 못하게씀.)
#3.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는 저걸... 사랑과 관련된 시라고...
막 감성 폭발하는 가을밤 시선(詩選)!에다가 넣어놓았는데...
사실 내가 황인숙이라는 이름과 저 시를 기억하는 것은 친구의 죽음이 계기여서
죽은 사람을 떠올리는 시라는 인상이 강하다. (친구는 보고싶지만 나는 게이가 아니야...)
처음에는 꿈에 나와도 이상한 줄을 몰랐다가
점점 현실에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으면서
꿈에서도 나오면 아, 이건 꿈이구나 하는.
나는 딱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이던 시기에 저 시를 읽었었다.
물론 뭐 연인이랑 헤어지고서도 비슷한 감정을... 받을 것...도 같긴 하다. (난 아니었기에.)
#4.
평~온 하다.
다른 사람들이 맛집 가서 인스타 올리는 걸 보면서
나는 똑같이 뭐 먹으러 가서 저렇게 사진 올려도 저 사람들처럼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좀 콤플렉스였는데 (그래서 안함 ㅋㅋㅋㅋ 집에서 요리해서 동생 밥먹이는 게 더 행복함 ㅋㅋㅋㅋㅋㅋ)
나한테는 내 즐거움이 있는 거지.
앞으로는 시집이나 읽어야겠다.
#5.
그래도 뭐 아는 시인의 범위를 좀 넓혀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삶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외상값.
(황인숙·시인, 1958-)
황인숙 선생님 시 다 좋은데 너무 아파. 짧고 굵고 아프다고...
사랑시에는 차라리 아래가 더 어울리는 것 같고...
그리움/ 전혜린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아무리 네가 가까이 있어도
너는 충분히, 실컷 가깝지 않았었다.
더욱 더욱 가깝게, 거리만이 아니라
모든 게, 의식까지도 가깝게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움은,
- 유작집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1976)
사실 뭐 전혜린 선생님 집안은 친일 명부에 올라 있고, 유신독재의 시대에 독일 유학까지 간 사람인 데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혼하고, 독일에선 제자와 염문설 뿌리다가 (<마지막 편지> 보면 진짜 같은데 선악을 떠나서 결혼에 맞지 않는 사람 같다) 마지막엔 자살로 생을 마감...
그러니 뭐 바람직하냐 바람직하지 않냐로 보면 후자인데... 이상하게 이런 사람의 이런 우울함이 내 근본적인 외로움에는 약이 되니 영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