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4. 21 장점을 잘 써먹기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41 2019-04-21 22:38:52 |
#1.
늘 그렇듯이 불안한 매일이다. 불안이 일정 정도에 이르면 나는 긴 밤을 구비구비 잘라내듯 불안을 따뜻한 물에 녹인다. 샤워를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인지를 고친다. 그러면 불안은 잠깐 사라진다. 문제는 내가 지금 시험이 5X일 남은 시점에서 불안이 다소 필수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불안을 없애고 잠시 있으면 '지금 불안하지 않다는 불안'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처음 생긴 큰 불안은 없앴는데 결국 다소 작고 성가신 꼬맹이가 들러붙어 징징거린다. 그 작은 불안을 잠시 마비시키는 방법은 문제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것보다 문제를 푸는 것이 몰입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혹은, 산다는 게 뭐 그렇지 하고 불안에 마음을 안 주고 내버려두면 어느새 저혼자 사라져있다. 부작용이 심한 날이 아니면 이러기가 어렵지는 않다.
#2.
내가 시험장에서 하는 실수는 대충 이런 것이다.
1.문제가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임을 확인하고, 1번이 옳은 걸 파악한 뒤에, 2번으로 내려가는 순간 찾아야 할 게 틀린 지문임을 잊고, 마찬가지로 옳은 2번을 골라버리기.
2.남들이 헷갈릴 일 없는 1X00대의 연도 틀리기. ex) 1894 갑오개혁, 1892 백동화 발행 시작, 1982 조미수호조규-라고 써버리기(1882임) 보통 년도는 10XX대의 기억력을 묻는 건데...ㅋㅋㅋㅋ 그래서 한국사 연도 문제를 두 번 푼다. 그럼 정확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한자의 부수를 바꿔치기한 것들은 눈에 쉽게 들어온다. 흠... 숫자가 싫은거야?
3. (공부의 과정에서) 마음에 안 들고 납득이 안 되는 걸 도저히, 어떻게 해서도 억지로 외우지 못함. 3번이 제일 끔찍했다. 이것때문에, 애초부터 싫어하지 않았던 한국사(대신 인지력의 문제로 고통받았지만)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과목들에서 한 번씩의 벽을 경험했다. 지금은 결국 국어를 좋아하게 되었고 영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무리 학습은 계단식이라지만 내 계단은 남들보다 훨씬 폭으로 길고, 높기도 높다. 그래서 내 초반 학습 능률은 개떡떡떡이었다.
ㅠㅠㅠㅠ....
수능에선 이런 거 겪지 않았다. 수학은 버렸고, 영어나 국어는 원래 좋아했으므로 [아이고 큰 축복이었다 정말.] 변명하자면 공시 영어나 국어는 수능이랑 완전 다른 과목이라...
#3.
상기한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내 장점. 그건 몰입이다. 원래 2-4시간이 몰입의 한도였는데, 체력이 받쳐주는 상황에서 페니드를 복용하면 5-6시간까지는 앉아있을 수 있다.(그리고 좀 더 버티기가 쉽다, 사실 6시간은 배고픔의 한도임.)
그걸로 오늘은 한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1회독했고, 표준어규정 중 헷갈리는 것들을 짚어서 읽고 풀었다. 예전, 국어를 싫어했을 때의 검은 기운들이 곳곳에 남아있었으므로 그때보다 월등한 국어력으로 빛을 비추었다... 뭐랄까 이것도 수험 도중에나 생긴 변화다. 예전에는 잘못된 게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돌렸는데... 요즘은 회선이 잘못된 부분에 들어가서 수술을 한다. 그런 느낌이다. 음... 납땜질?
#4.
이따금 우리 부모님이야말로 내가 존경해야 할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그렇다. 아버지는 귀농을 준비하고 계시는데, 말이 귀농이지... 예전부터 한 달에 많게는 10일쯤 시골에 내려가 계셨다. 애초에 거기가 고향이었고, 애초에 농부였고, 지금도 시골에 가면 흥을 어쩔 줄을 모르니 뭐... 덕분에 1-2년 안으로 나는 강제 부산 자취를 하게 되겠는걸...
합격한다면 버팀목전세금대출이라도 받아야지. 내가 나혼자 서기만 하면 되는 조건이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것마저 못하겠어서 허덕허덕...
아마도 이 삶에서 내 숙제는 내 이 무능과 불안인 것 같다.
#5.
오늘 문제를 푸는데 이 시를 보는 순간 이미지에 압도되고 말았다... 제망매가X5 정도의 고통이었다... 시는 정말 대단해!
이별가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