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앱 정모 후기 쿼츠 조회수 58 2019-05-07 08:47:46 |
온라인 정모를 나갈 때마다 후회하곤 했다. 대다수는 이성을 꼬시러 온 발정기 동물마냥 행동했고 나는 그 사이에서 어색함을 무릅쓰고 회비 아까워서 무작정 먹기만 했으니까. 탐색전같은 1차, 정신줄 놓는 2차, 동물의 왕국이 되는 3차... 몇 번 나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단계는 공식마냥 적용되었고 나는 이게 싫어서 온라인 모임 자체를 불신했다. 사실 에이앱 정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예상했었지만, 그럼에도 에이앱 정모를 나갔던 건 내가 아닌 ADHD(이하 @) 환자들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역 앞에서 사람들을 만나 모임 장소로 갈 때부터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 편견임을 확신하게 됐다.
얼굴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다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마냥 친숙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연 끊긴지 오래된 동창들보다 나았다. 그 사람들에게 오는 오랜만의 연락은 십중팔구 돈 빌려달라는 것 등의 부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으니까. 모임에 나온 사람들이 @ 때문에 성향이 비슷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찮게 그 모임에 성향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산하지 않고 마음껏 농담을 주고받을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접대하는 마음으로 취한 척 흥겨운 척을 하며 실익을 따지거나 실언을 방지하기 위해 입을 닫고 있지 않아도 돼서.
"오랜만에 인싸가 된 기분이에요, 이렇게 술자리에서 다같이 웃고 떠드니까."
2차로 갔던 전집에서 들은 이 말보다 나의 정모 후기를 잘 표현하기도 힘들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