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닉언일치 새벽에페니드 조회수 79 2019-05-22 23:00:28 |
가끔 저를 페니드님이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계신데 정말 의도치 않은 어... 황송함이에요.
저는 비루한 페니드의 종에 불과합니다... 비록 또각또각 자를 예정이긴 하지만. 헤헤
요며칠, 그러니까 한 일주일동안 저는 원래 복용하던 페니드를 먹지 못했어요.
의사선생님 말씀이 심평원에서 제게 페니드 처방하는 걸 막는다더군요.
권력에야 무슨 방도가 없는지라 처음에는 의사선생님의 지시대로 약을 다시 바꾸고 조절해볼 생각도 했어요.
그렇게 콘서타 18mg을 받았고, 며칠 복용하다 죽을 것 같아서 다시 갔더니 약을 자르라고 하셨죠. 잘랐더니 하루이틀 괜찮다가 다시 죽을것같았어요.
괜찮다는 것도 부작용이 덜했다는 뜻이지 무슨 집중 효과에 도움이 있었다는 건 아니랍니다.
약을 요래조래 논문 찾아보고 도움도 받고 싹독싹독 참 다양한 방식으로 해봤는데 태생적으로 콘서타가 안 맞는지 그리 주효하지는 않았어요.
부작용은 참 다양한데 (우울 불안 초조 식은땀 눈물 자살충동 주의력 박탈 복통 정말 심한 두통 등등) 그냥 가능한 일반적인 부작용을 다 겪는 것 같았어요.
비록 페니드로 효과를 잘 보고 있긴 했지만 의사선생님 말에 따르면 전 다른 어디에 가서도 안정적으로 장기간 페니드를 제공받지 못하는 거였으니까,
사실 진짜 며칠동안 절박했답니다.
똑똑한 사람은 안해봐도 아는데 멍청한 놈은 몸을 고생시킨다고 하죠...
그 며칠동안 제가 알게 된 건 이거에요.
- 같은 메틸페니데이트로 구성된 콘서타 메디키넷 페니드는 전혀 다르게 만들어졌다
- 두 약에서 극심한 부작용을 겪으면서 한 약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 콘서타는 단지 껍질 때문만이 아니라 내부 구조상으로도 서방정이다. (갈아서도 먹어봤지만 페니드와는 효과가 천지차이)
- 약의 효과와 부작용이 용량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 메디키넷 5mg에서 머리가 터질 것처럼(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아팠어도 페니드 5mg에서 아무 부작용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만큼 두 약은 어떤 환자에게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설령 혈중농도의 고저차는 페니드가 훨씬 심하더라도, 혈중농도가 부작용 전부를 설명하지는 않는 것 같다.
- 딱 맞는 약을 찾았다면 어디 다른 병원에서, 다시 어떤 약을 먹어보자고 했을 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 페니드에 대한, 약에 대한 의존성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약이 너무 효과가 좋아서 이성적인 수단으로서 그 약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마음의 치우침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적으로 그 약을 먹고 싶은 고양감을 느끼고 싶은 의존성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무슨 빻아서 코로 흡입하는 것도 아니고 구강으로 복용하는 ADHD 약의 고양감은 그리 좋지 않다. 때문에 후자의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약이 정말 이성적으로 마음에 들었을 때, 의사가 의존성에 대한 걱정을 한다고 해도, 그 약을 고집할 필요가 있다. 이제와서 그 약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 약이 없는 나는 무력하다는 것을 의사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중에 그 약 없으면 어쩔래요가 아니다. 생활의 규칙을 이루는 가장 큰 기둥인 약이 떨어질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야야 한다. 그 상황이 와서 겪는 피해는 온전히 내 책임이다. 나만큼 나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 피치못할 사유로 긴급하게 병원을 바꾸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
- 진짜 어지간하면 약은 자르면 안 된다. 콘서타를 자르면 페니드가 된다는 말은, 일반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는 정말 위험한 말이었음. 약은 그렇게 나이브하지 않다.
내일은 심평원에 전화를 해 보려고 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스트라테라 처방을 받았고, 스트라테라가 ADHD에게만 처방되는 약인 이상 나는 분명히 풀배터리에서 ADHD 진단을 받았는데, 어째서 페니드를 처방하지 못하게 하는지에 대해서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어쩌면 이런 걸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경험치가 될 수 있겠지요.
저한테는 이제 13개 남은 페니드가 정말 소중합니다.
환인제약 번창하세요!!! |